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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K Apr 28. 2016

삶의 철학 13- 무한 속도 경쟁

우리가 만약 자동차의 부품이라면?

우리가 사는 도시를 하나의 거대한 모터 레이싱 경주 코스라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그 도시의 경제를 살아숨쉬게 하는 많은 사업체들은 그 레이싱 코스를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나 모터사이클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성능이 뛰어난 자동차들에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부품들이 필요할 것이고 반대로 평범한 스쿠터라면 보다 간단하고 적은 수의 부품들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래된 자동차들은 정비를 받거나 낡은 부품을 교체하며 힘겹게 레이싱 코스에 동참하고 있을 것이다.  


하나의 자동차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수많은 부품들은 그 도시에 살고 있는 개인들로 역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각 부품들은 필요한 기능에 맞는 서로 다른 역할이 존재할 것이다. 엔진과 같은 핵심 기능에는 기술이 집약된 고성능의 고가 부품들이, 백미러 같은 기능에는 단순하면서 저렴한 부품이 부착될 것이다. 일부 부품들은 재고가 남아돌아서 창고에 쌓여 있을 것이며, 반대로 이미 장착된 부품들은 너무 낡으면 결국 버려질 것이다.  이것은 끝없이 달려야 하는 자동차의 부품으로서는 순리일 것이다.


레이싱코스가 나름의 공정하고 합리적 규정으로 자동차의 속도가 빠르건 느리건, 크건 작건 모두 레이싱 코스에서 각자 능력대로 무리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생산된  부품들 중 반드시 최고 성능이 아니라도 모두 각자의 수준에 맞는 자동차들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레이싱코스가 어느 날부터 새로운 레이싱 룰을 만들었다고 생각해보자. 즉, 이 레이싱코스에 참여하는 자동차들에게 현재의 자동차의 크기와 성능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하게  속도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더욱이 해마다 그 속도 기준을  조금씩 올린다고 한다면 ..   


목표와 기준이 속도로 바뀌는 순간 각자 나름의 조건에 맞춰 달리던 자동차들에게 엄청난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  최고 성능을 갖지 못한 대부분의 자동차들은 이젠 각자의 적정한 속도를 넘어서 무조건 뻘리 달려야만 하는 극한의 문제에 봉착된 것이다.   


더욱이 그러한 평범한 자동차들을 구성하고 있던 각 부품들은 갑자기 저마다 갖고 있는 타고난 능력 한계의 극대치까지 시험대 위에서 테스트를 받게 된다. 적정 속도에서는 문제가 없던 부품들도 과도한 속도 테스트에서 조금씩 결함이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하나씩 둘씩 성능이  낮은 부품들부터 이제 테스트에서 불합격되며 자동차에 채택되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다. 


레이싱코스가 다시  목표 속도를 더욱 높여 올리게 되면 기존 부품들은 더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다. 결국 부품 공장들은 더욱 많은 자본과 기술을 투자하여 기존보다 성능이 좋은 새부품들을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며. 자원과 기술이 충분치 못한 영세한 부품 공장들은 그런 고성능 부품을 만들지 못해 결국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종국에 F1 레이싱 자동차가 달려야할 수준만큼의 높은 속도가 아니면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면 그 레이싱 코스에는 오직 극소수의 고성능 자동차와 최고 부품들만이 존재감을 갖고 달리게 될 것이다.

기존에 잘 활용되던 99% 의 평범하지만 내구성이 좋은 부품들은 결국 모두 채택에서 불합격 되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최고 성능을 지탱하는 1% 에 포함된 부품들도  과도한 속도 경쟁으로 인하여 금새 소모되어 버려지고 새 부품으로 갈릴 것이다.

이젠 실제 우리의 현실을 한번 살펴 보자. 현재 국내 10대 재벌기업 집단들이 대한민국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어선지는 이미 오래이며  10대 재벌에 종사하는 사람은 반대로 전체 취업자의 2 %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기업,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개인들이 실제 이러한 자동차 레이싱 경쟁에 참여하는 부품들과 너무나 비슷한 환경에 놓여있지 않은가? 


자 그렇다면 우리는 이 어리석은 무한 속도 경쟁의 레이싱 트랙을 나와서도 나름대로 하나의 부품으로서의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속도 레이싱을 계속 할 수 있는 2%의 사람들에겐 필요없는 질문일 수도 있지만 그들도 언젠가는 버려질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  3, 40대 직장인들이 제주도로 이주하는 숫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도시의 레이싱 경쟁에서 지치거나 그 경쟁을 중단한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부품들의 새로운 역할이자 삶의 답이 정말 될 수 있을까?  더욱이 제주에 유사한 카페와 식당, 게스트하우스 역시 급증한다는 얘기를 접하고 웬지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것은 왜일까?


속도 경쟁에 지쳤다고 우리 모두가 한달짜리 바리스타 코스를 밟고 카페 주인이 되거나, 6개월짜리 조리사 자격 코스를 거쳐 식당 주인이 되거나, 은행 대출을 얻어 집을 짓고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이 되는 것이 과연 새로운 평생의 업을 찾는 답이 될 수 있을까? 그것 또한 낮은 속도로 갖는 새로운 무한 경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한 경쟁을 피하고 사는 방법은 쉽지는 않겟지만 우리가 속도 경쟁을 피한 새로운 도전을 함에 있어서 가장 공통으로 필요한 조건은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목표, 그리고 충분한 준비 과정이 될 것이다. 


최근에 알게된 지인의 사례가 훌륭한 참고가 될 수 있을 듯 하여 끝으로 남겨둔다.


그는 휴대폰 부품을 생산하는 중견기업에 종사하는 평범한 30대초의 회사원이었다. 그런데 사업 환경 변화로 그 회사는 업계 1위였음에도 급격히 매출이 줄고 결국에는 점차적으로 생산기반과 직원들을 줄여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는 생각했다. 나는 특별히 뛰어난 기술도 전문지식도 없는데 과연 이 회사에 내 미래를 맡겨야 할 것인가? 그렇다고 다른 회사로 간다고 바뀔 것이 있는가? 그는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하기를 반복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다. 내 스스로 사업을 결국 일궈야겠다.  하지만 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오랜 연구와 시장 조사를 거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답을 찾았다. 그것은 기존에 나름의 특별한 레시피로 큰 성공을 거둔 개인 식당을 발굴한 후 찾아가서 자신의 미래 계획을 언급하고 무급으로 1년간을 일을 한 것이다.  그는 1년동안 주인에게 간접적이나마 레시피를 배우고 식당 운영의 기본적인 노하우를 모두 익혔다.

    

그리고 다시 1년을 준비하여 결국 자신의 식당을 아주 조그맣게 개업을 하였다. 물론 그가 일했던 식당보다 월등히 뛰어난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레시피를 갖고.. 이 식당은 철저한 준비덕분에 오픈 하자 마자 6개월만에 큰 성공을 거두었고 몇년 뒤엔 인기방송에 소개될 만큼 유명한 곳이되었다. 5년이 흐른 지금 그는 3개의 직영식당의 주인이 되었고 월 3,000만원의 수익을 버는 사업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의 성공이 우리에게 준 교훈은 다음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새로운 전환을 준비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고민하고 직접 사전 조사한다.

둘째, 누구나 알고, 하고 싶어하는 대중적인 모델이 아니라 자신만의 답을 찾는다.

셋째, 필요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위하여 적극적인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다.

넷째, 사업에 필요한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고 또 현장에서 모르는 것을 미리 배운다.

다섯째, 기존 지식에  자신의 노력을 배가하고 차별화하여 오직 자신만의 제품을 만든다.


누구나 이 정도의 노력과  준비과정을 거치지 않은 섣부른 도전을 생각한다면 성공이 아닌 결국 실패하기 위한 도전이라고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어리석은 무한 속도 경쟁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충분한 준비과정과 노력을 거쳐 새로운 자동차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자신만의 멋진 레이싱을 하게 되기를 꿈꾸며 긴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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