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지출하는 것들을 줄이는 지혜
어떤 사업모델이 일정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번에 큰 돈을 받는 대신 매달 소액의 돈을 장기적으로 받아내는 형태의 사업구조를 빨대형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사실 빨대란 말은 이 모델의 네가티브 측면을 강조한 표현이다. 즉, 한번에 큰 지출 부담을 줄여 충격을 낮춰준 대신 소득에 척 달라붙어 부지불식간에 매월 조금씩 돈을 뽑아내가는 기생충과 같은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러한 빨대 모델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빨대 모델 중에서도 특히 피할 수 없는 준강제적 구조를 갖는 형태들은 살아있는 동안 그 사람의 소득의 일부를 매월 뽑아가는데 이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즉, 돈을 뽑아가는 빨대는 매월 고정적이지만 소득은 불안정하므로 실직을 하거나 소득이 줄어든다면 빨대 지출은 개인의 재정과 삶의 질을 위협하는 존재로 바뀌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위에서 유혹하는 수많은 빨대들로부터 한 발자욱 멀어져서 합리적 기준을 갖고 그 빨대 하나 하나의 가치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한번 습관이 되면 정말 떨쳐내기 어려운 것이 바로 빨대 소비이기 때문이다.
우선 빨대 중에서도 가장 상위에 있는 것이 국가이고 그 형태는 바로 세금이나 의료보험같은 준조세이다.
국가는 법과 규정이란 통치 시스템을 활용하여 일단 법적 근거를 만든후엔 해당되는 조건에 맞는 사람들의 소득에서 세금을 무차별적이며 강제적으로 걷어간다. 물론 그 돈이 합리적으로 재분배된다면 좋겠지만 소득이 부족하거나 재산은 있으나 현금이 없는 사람에게는 국가 빨대는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 다음으로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주고 걷어가는 이자가 두번째 강력한 빨대이다.
장기간 돈을 갚는 대출을 받은 채무자는 소득에서 매월 출금되는 이자에 대해 항상 큰 부담을 갖고 살게 된다. 더욱이 원금과 이자를 매월 동시에 값는 원리금 상환구조가 되면 그 부담은 치명적이다. 돈을 빌려서 쓰긴 쉽지만 값는 일은 정말 어렵다. 신용카드의 할부, 자동차 할부 역시 대출 원리금과 비슷한 월별 빨대모델의 유형이다.
또한 수많은 소멸성 보장 보험들도 거의 대부분 매우 신중히 구매해야 할 낭비성 빨대 소비의 일종이다. 보험은 사실상 발생할 확률이 낮은 가상의 위험과 비용에 대한 두려움이 만든 충동적 선구매이며 그 거래비용은 매우 높다. 내가 낸 보험료는 오히려 그 보험을 판매한 영업직원의 생계를 보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외에도 사회가 진화하며 새로운 빨대들이 생겨나고 있다. 유틸리티라고 일컫는 전기, 전화, 수도, 가스 등 공공요금이 우선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에 인터넷, 케이블, IPTV, 휴대폰 통신료가 새로운 빨대로 자리잡았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빨대모델로는 정수기나 비데 등의 렌탈 서비스들이 있다.
사실상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이 빨대를 피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그러나 빨대가 주는 편리함에 현혹되어 많은 빨대를 선택한 인간들은 빨대가 주는 보이지 않는 압박에 매월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통장에서 소리소문없이 빠져나가는 빨대소비의 비용들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나는 인생에서 빨대를 피하고 없이 사는 것 만큼 현명한 삶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소득을 많이 번다고 한들 이러한 빨대가 증가한다면 나의 삶의 자유도는 소득의 증가에 비례하지 않을 뿐더러 만약 이중의 일부라도 연체라도 한다면 치명적인 신용하락의 피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요불급한 빨대를 줄이고 삶을 단순화하는 것이 나의 경제적 고민을 줄어들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하나의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는 어떻게 삶의 질을 높이면서 동시에 빨대를 줄여나가야 할 것인가?
실제로 내가 생활속에 실천하고 있는 빨대 낭비의 제거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물건을 구매 시 할부와 같은 빨대계약(월별지출) 형태의 부채 거래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나는 무이자라고 해도 할부 구매를 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특히 자동차와 같은 고가 상품은 절대로 할부 구매를 해선 안된다. 그 안에는 숨겨진 고금리 비용이 존재하며 동시에 자신의 현재 소비능력보다 과도한 소비를 시작하게 되는 지름길이 바로 할부 구매이기 때문이다.
둘째, 꼭 구매를 원하는 물건이 있다면 구매 대신 먼저 저축을 해서 모아서 산다.
할부구매는 소비를 앞당기는 대신 부채를 안고 평생사는 것이지만 반대로 저축을 하여 필요 예산을 확보한 후 구매하는 방식은 잇점이 더 많다. 때론 구매는 충동적이므로 저축을 하며 시간을 지연하면 구매욕망이 사라질 수도 있다. 정말 사고 싶었다면 6개월, 1년 뒤에도 사고 싶어야 한다. 이런 저축은 적금보다는 내 통장에서 다른 내 통장으로 매월 자동이체를 설정해두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편리하다.
셋째, 선택적 대안이 있는 경우 월고정비를 내는 어떠한 렌탈이나 월정액 서비스도 이용하지 않는다.
아마도 대한민국 사람들 중에서 정수기를 안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와 우리 부모님은 각자 렌탈이 아닌 정수기들을 사용하고 있다. 사실 월 2, 3만원이 적어보이지만 필요에 따라 직접 필터를 구매해서 교체하는 정수기의 경우 경험상 연간 5 ~ 8 만원이면 충분히 만족할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거의 모든 렌탈은 사실상 대체가능한 불요불급한 빨대 경제의 유형이라고 볼 것이다.
넷째, 불요불급한 소멸성 보험은 가입하지 않는다. 특히 종신보험은 꼭 피해야 한다.
나는 법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자동차 보험과 추후 소득이 되는 연금보험을 제외한 어떠한 보험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 내가 놀란 사실은 한국에서 실손보험 구매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미 의료보험에서 많은 부분이 보장됨에도 정말 나에겐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내가 죽어야 타는 종신보험은 무조건 피해야할 보험이다. 불행히도 우리 평균 수명은 늘어나고 있으니 80이 넘어 죽은 후 타는 돈이 의미가 있겠는가? 보험은 가장 장기적이며 낭비스러운 빨대 중의 하나이다. 차라리 보험에 들 돈도 자동이체로 내 다른 통장에 넣는게 현명하다. 연금보험만이 소멸성이 아닌 소득추구형 보험으로 예외가 될 수 있지만 이것도 역시 중도해약시 피해가 엄청나게 크다.
다섯째, 월고정비를 최대한 줄이는 대신 월고정수익을 증대하는데 노력한다.
즉, 매월소득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역빨대모델을 확보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다. 가장 손쉬운 예가 임대소득이 될 것이다. 좀더 전문적으로는 채권 중 이표채 같은 것도 예가 된다. 나이가 들면 받는 연금소득을 위한 개인연금가입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역빨대를 위한 훌륭한 대안이다. 그러므로 조금이라도 여유자금이 있다면 빨대소비 대신 저축을 늘려 월고정소득을 얻는 자산을 하루라도 빨리 마련하는 것이 빨대를 제거하는 합리적 대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