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사람의 본성을 알기 위한 작은 지혜
오랜 기간 나는 개인들의 다양한 행동양태들을 깊게 눈여겨보며 어쩌면 인간 사회가 동물들이 지닌 본성들을 진화의 탈 속에 DNA 깊숙이 숨겨둔 채 단지 인간의 외면적 모습으로 살아가는 또 다른 동물적 세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 생각은 다르게 풀이하면 인간의 내적 생각과 본성은 외면에 드러나는데, 특히 그 모습이 유사한 본성의 동물적 특징과 닮아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기까지 이와 유사한 흥미로운 이론이나 철학들도 알게 되었다.
개의 조상은 늑대이다. 그런데 왜 오늘날 집안에 키우는 작은 애완견들은 늑대의 날카로운 눈매 대신에 동그란 눈망울을 가지게 된 걸까? 이 질문에는 동물 진화심리학자의 이론적 논거가 있다. 애완견은 주인이 가장 아끼고 사랑스러워하는 대상이 뭔지를 끝없이 관찰하고 그 모습을 닮아서 진화했으며 바로 그 대상은 아기라는 것이다. 큰 눈망울과 동글동글한 해맑은 아기의 모습으로 진화함으로써 애완견은 실내 거주를 더욱 공고히 하고 집 밖의 경비견과 구분된 모습으로 진화해왔다는 것 이다. 즉, 동물조차 마음속 생각이 외양에 영향을 준 것이다.
고대 그리스 역시 사람을 분석함에 동물의 본성을 고려하였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영혼의 아름다움이 사람의 외면의 모습으로 드러낸다고 생각한 철학자들이었다. 특히 플라톤은 젊은이들에게 내적 성숙을 확인하기 위하여 아침마다 자신의 모습을 보라고 하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 동물의 특징과 같은 모습을 가진 사람을 그 동물의 본성과 비유하여 분석하였다.
이와 같은 주장들을 누군가는 유치한 흥미 유발적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겠으나 평소 인간의 모습에서 동물의 본성을 읽어보는 것에 관심이 있던 나에게는 관심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나는 각각의 성향을 가진 동물의 생김새와 인간의 관상을 비교해보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사실 토끼의 온순한 면은 그 습성도 있겠지만 겉 생김새로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고, 포악한 호랑이 역시 직접 만나보지 않더라도 그 생김새를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 지구상 어디에도 육식동물보다 포악한 모습의 초식동물은 존재하지 않듯이 동물의 모습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이러한 느낌은 배워서 깨닫게 되었다고 볼 수만은 없는 것이다. 이는 DNA에 본능으로 내재된 지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세계에서도 얼굴 생김새로 언뜻 만 보아도 호랑이도 토끼도 고양이도 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예를 들어 눈썹과 눈꼬리가 올라간 고양이 상의 여성과 반대로 내려간 순둥이 같은 강아지 상의 여성이 있다. 실제 고양이와 강아지의 상반된 본성만큼 이 두 관상의 여인들이 고양이와 강아지의 본성과 비슷한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게 된다. 황당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고양이와 비슷한 습성과 생각을 많이 한 여성은 결국 고양이 같은 관상을 지니게 되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관상학 역시 바로 이런 동물 습성과 생김의 상관관계의 통찰을 재해석하여 인간사회에 적용한 선인들의 지혜가 아닐까라고 생각된다.
내가 둥물적 본성으로 보는 관상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는 과거 직원을 채용하는 어려움을 겪고 나면서부터였다. 제 아무리 이력서의 내용을 보고 대화를 나눠봐도 그 사람의 능력은 간파가 되지만 어떤 성향과 습성을 가진 사람인가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채용된 직원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각자에게 내재된 숨겨진 본능을 어느 정도 느끼면서 표출되는 행동양식과 외연적 용모가 일정한 공통분모를 갖음을 알게 되었다. 마치 육식 동물끼리 혹은 초식 동물끼리 용모와 성향간에 유사한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볼 수 있다.
나는 과거 삼성의 이병철 씨가 채용에서 관상을 매우 중요한 잣대로 삼은 것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토끼에게 고기를 먹인다고 호랑이로 키울 수 없고, 호랑이를 토끼처럼 다뤄서도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랜 기간 수백 명 이상의 사람들을 채용하고 함께 일하고 또 퇴사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관상의 유형을 통한 성향분류체계를 어느 정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너무 자세하게 특정하여 밝힌다면 사이비 이론으로 오해만 살 수 있으므로 크게 깨달은 한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사람의 눈은 정말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눈의 크기, 눈썹의 꼬리, 눈의 형태, 그리고 눈이 만들어낸 인상을 유심히 지켜보면 각자 내재된 동물적 성향과 본성을 어느정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을 만나면 첫인상이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대부분 결정한다.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알게 되면 나는 먼저 얼굴괴 표정이 주는 느낌을 열심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무리 밝은 미소와 달변으로 자신을 포장한다고 해도 평상 시 무표정한 본래 모습을 보면 상대의 본성을 조금은 느끼게 된다. 자기에게 친절을 베풀고 가까이 다가온다고 아무나 아무렇게 만나다 보면 상대로 인해 큰 봉변을 당할 수도 있는 게 세상 이치이니 가까이 다가오는 이들일수록 처음엔 한 걸음 반드시 떨어져서 삼자적 관철자 시점으로 괸상을 실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관상이 본래 타고난 것인지 플라톤의 말대로 살면서 스스로의 내면에 의하여 형성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소한 지혜를 터득한 후 채용의 성공에 큰 도움이 되었다.
끝으로 자연계를 지배하는 인간계의 일원으로서 자신이 어떤 습성을 가진 존재인가 한번 동물의 특징으로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자신도 모르는 동물의 본성이 영혼 깊숙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좋은 생각과 말로 인생을 살려고 노력한다면 아마도 사람들에게 호감이 가는 동물의 관상을 지니게 될 수 있지 않을까? 모두 매일 거울을 보면서 그속에서 혹 보일 자신의 부정적 인상을 없애도록 마음을 정화하는 명상의 시간을 갖는 것도 바람직한 삶의 태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