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겨우내 다 마치고 소파에 몸을 뉘었다.
활자를 몇 개 건드려본다. 눈동자가 조금 공허하게 허공과 손가락을 따라다닌다. 나도 이런 우울감이 싫다. 의미 없이 그릉거리는 일은 내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냥 피로한 탓일지, 혹시라도 놓친 부분이 있을까 머릿속에서 예민함의 근원을 찾아 헤매다 결국 허공의 글자들을 신경질적이게 어질러놓았다. 속에서 폭풍이 몰아친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냥 다 싫었다. 싫증이 났다. 그러나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았다. 해봤자 달라질 게 없었다. 속마음은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두었다가 곪아 터지면 연고만 투박하게 발라주었다. 나쁘진 않았다, 속이 다 썩은들 누구에게 소리를 지른 적은 없었으므로. 혼자 힘들었다 혼자 나으면 되는 일이었다. 아픔을 빠르게 잊어버리는 게 나의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렇지만 가끔 나는 흉터를 잃어버렸을 때 무엇이 어떻게 아팠나 등의 이유로 방황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오늘은 이 기분 나쁜 피로함을 힘입어 감정의 기록을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