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
탄생이 가슴 떨리는 날이 있었던가요,
저는 생소하게도 그렇습니다.
하루하루 죽음을 세던 연도들이 억울할 만큼
저는 요 며칠 가슴이 자주 두근거립니다.
무언가 괴로워서라기보단 오만하고도 완벽한 안식을 원해서 살아왔던 나날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나름 생에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죽으려고 계획했던 성과들을
살아가려고 다시 이루는 그 순간은
생소하지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세상에 존재하기만 하는 것.
생존의 활기는
가슴팍에 덩굴을 키우듯 자라고
그 감각은 저리고 간지럽기에
저는 그 활기찬 뿌리의 생기에 오히려 호흡을 움켜잡습니다.
다만 새로 주어진 영혼이 어색하더라도
당신의 뜻대로 이제는 이렇게 살아가려 합니다.
이제는 폭포가 아닌 삶이 나를 원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