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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소 Jan 18. 2022

낙화


녹아가는 눈처럼 사라져 가는 꽃들의 생명,

싱싱하던듯한 유칼립투스 잎이 사실은 바싹 말라 딱딱해져 있던 것처럼

나는 그들의 갈증이 불쌍해 모가지를 싹둑 잘랐다.


정말 사람 머리라도 되는 마냥

댕겅

잘렸다.


우리는 죽을 때

그 모습 그대로 굳어있는 것이 나을까

메마르고 흐물거려

일말의 연민이라도 받는 것이 나을까


꽃들의 장례를 치르고 온 마음 한가운데엔

난잡하게 파헤쳐진 흙더미가 봉긋하게 쌓인다


정말


땅에 사람을 묻은 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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