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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소 Jun 02. 2023

처방전

바늘에 세 번 찔린 팔구멍

환자분, 곧 그 흔적들은

접을 때 아리고

펼 때 따갑고

별 것도 아닌 생명의 말에 벌어집니다

울컥 차오르는 열변의 토사물은 많지만

이 살해성을 꾹꾹 눌러둬야지요

그래야 열이 식고

피가 돌고

멍이 들어서

혐오라는 연고를 덕지덕지 바른 채

언젠가 명쾌한 짓밟음을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랄 수 있는 겁니다.

피가 도는 것은 역시

파괴적인 것입니다

또한 역시

파괴는

영혼을 가장 효과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독한 권태의 치료제이니

조심해서 섭취하시길 바랍니다.

언젠가는 누구든 밟아 죽일

썩은 영혼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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