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장면에 대하여
한 때 내가 바라던 것은 고통의 끝이자 죽음이고 삶의 온점이었다.
애매모호하게 옅은 우울을 껴안고 자꾸만 그즈음에 매달리던 그때. 나는 한 번도 내가 죽은 다음의 일을 상상해 본 적 없다.
죽으면 끝이지 싶은 삶의 허무만이 나의 전부였던 것이다.
<죽은 자의 집 청소>는 그때의 나에게 한 번쯤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때의 나에게.
그 시절의 우리 모두에게.
저자는 특수 청소부이다. 보통의 청소업체에서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특수한 환경을 청소한다.
좀 더 자극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죽은 자의 집에 남은 흔적을 처리한다.
핏자국, 목을 매었던 밧줄, 동물의 사체, 호더의 쓰레기 산까지.
사람이 죽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장소는 어지간한 청소업으로는 처리할 수 없을 지경이 된단다. 그러면 저자와 같은 이른바 ‘특수 청소부’가 출동하는 것이다.
책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죽음은 고독사.
고독한 누군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그 뒤처리를 해줄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한 때 죽음을 오직 탈출구로만 여겼던 나의 시선에서 죽은 자들이 남기고 간 이야기는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죽음을 바라 놓고도 죽음의 이면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다니.
그때의 나는 죽음이 아닌 전혀 다른 것을 바랐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저 도망치고 싶을 뿐이었던 것 같아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가난을 관통한다.
나의 우울 역시 가난에서 비롯되었기에 마치 내 얘기인 양 집중할 수밖에.
내 인생에서 풍요와 번영은 닿을 수 없는 버스 창밖의 풍경처럼 멀리서 아득하게 흘러간다. 산등성이 위에 거대한 구름을 등진 태양의 황금빛 테두리처럼, 풍요는 언제나 아스라하고 머나먼 풍경으로 나를 굽어보지만 한 번도 그 구름을 밀치고 나타나 민낯을 보여주는 일이 없다.
-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금은 죽고 없는 그들이 압류 딱지와 전기가 끊긴 방 안에서 얼마나 숨죽여 울었을지 그저 가늠해 볼 뿐이다.
죽음 앞에서 살아있는 나는 겸허해야 한다.
그들과 나는 다르다고 안도하지도, 나 역시 그들과 같다며 슬퍼해서도 안 된다.
그저 가난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을 전기와 가스가 끊긴 컴컴한 방에서 자살하게 만드는 사회가 원망스럽다.
책은 크게 2개의 장으로 나뉜다.
첫 번째 장에서는 그가 하는 일, 죽은 자의 집 청소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묘사한다.
실제로 그 일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저자가 직접 보고 들은 것들의 생생한 묘사로 이루어져 있다.
두 번째 장은 전 장보다는 더 에세이스러운 분위기.
저자의 생,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 청소 외에 겪었던 직업적 고뇌들을 나열한다.
실제로 작가를 꿈꿔오셨다는데 필력이 어마어마하다.
화려한 서술 없이 덤덤하고 담백한 문체. 펼친 자리에서 한 권을 모조리 읽어버렸다.
죽음과 가까운 장소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려주기에 꼭 좋은 목소리였던 것 같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현자가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본 기분으로 책을 덮는다.
차라리 여기 있는 모든 것이 특별하다고 말하면 어떨까. 지금 여기에 모인 사람 가운데 특별하지 않은 이가 아무도 없다고 말하면 어떨까.
특별하다는 관념은 언제나 가치 없는 것이 있다는 믿음을 전제한다.
모든 것이 가치 있고 귀중하다면, 지금 여기에서 특별하지 않은 것이라곤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다면 무척 행복하고 평화로울 것 같다.
-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