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웃기지 않은 진솔한 고백
티브이에서 보던 신랄한 독설가.
내가 허지웅 작가에 대해 아는 건 그게 전부였다. 그가 림프종 판정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내게는 꽤 멀게 느껴지는 일이라 금세 잊고 말았다.
나는 SNS를 자주 하지도 않고 하물며 티브이나 유튜브와도 친하지 않아 그의 소식은 거의 듣지 못했는데 알음알음 식으로 그가 평론을 그만두었다더라, 하는 얘기를 듣긴 했었다. 아까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병마와 싸우는 동안 어떤 생각을 했기에 그런 결정을 내렸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신작 출간 소식이 더욱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대체 그 독설가는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심지어 나는 최근에 림프종이 의심되어 병원 검사를 받지 않았던가. 단순히 검사만 받는데도 다리가 후들거렸는데 그는 그 모든 것들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이런 주제로 연결고리를 갖고 싶진 않았지만 어쨌든 일방적인 친근함을 갖고 책을 샀다.
아무튼 글 잘 쓴다. 너무 재미있다. 내가 림프종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것에 대한 공포를 겪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더 빠져들어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제목은 ‘농담’을 얘기하지만 하나도 우습지 않다.
오히려 진솔한 고백에 가까운 이것을 어떻게 농담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가. 그 이유는 책의 페이지마다 단서처럼 녹아있다.
우리의 삶은 왜 이리 고단할까. 림프종에 걸리지 않아도, 가난을 이겨내고 나서도, 삶은 어쩜 그렇게 가혹한 색일까.
‘함께 버티어나가자’라는 말을 좋아한다.
삶이란 버티어내는 것 외에는
도무지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 살고 싶다는 농담, 허지웅
이 문장이 참 좋다. 삶은 버텨내는 것이라는 말.
숱하게 들어왔던 좋은 생각을 하세요,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당신은 할 수 있어요와 같은 천진난만한 응원보다 삶을 함께 버티어보자는 문구 한 줄이 나를 울린다. 숨 쉬는 것조차 잔인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가 완전히 자신의 고통을 책에 토해내지 않았음에 감사할 지경이다. 이 사람이 작정하고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을 하나하나 상세히 기재했다면 읽는 사람이 누구든 상처를 받고 나가떨어졌을 것 같다.
그리고 분명 책의 말미에 그는 자신이 변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은 바뀌지 않았으나 책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바뀌었다고 한다. 여전히 예리한 화살촉을 가진 궁수처럼 해야 할 말을 쏘아내긴 하지만, 왜 그를 변했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답을 알게 되었다.
회복한 이후에 쓴 모든 글이 그랬다.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하지 않기를 바라고 불행하거나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안 그래도 상처 받을 일 투성인 세상에 적어도 자초하는 부분은 없기를 바란다.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어른들의 사사로운 이익에 헐값으로 팔려 다니지 않기를 바란다.
- 살고 싶다는 농담, 허지웅
이 책은 투병일지가 아닌 그저 한 사람의 삶의 일부가 담긴 에세이다. 너무 무겁지도 않고 우울하지도 않으니 삶을 버티는 중인 당신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