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이라 이름 지어준 말티즈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사랑이는 아내를 가장 좋아하는데 어디를 가든 졸졸 따라다니다가 아내 근처에서 조그만 다리를 내밀고 쪼그리고 앉아 곁을 지키곤 한다. 어쩌다 아내가 없거나 내가 간식이라도 먹여주는 날이면 어김없이 내 옆에 기대고 앉아 친밀한 척을 한다. 사랑이가 내 곁에 기대어 웅크리고 있을 때면 그 온기가 내게로 전해져 사랑스럽기도 하고 어린 시절 내가 생각나서 내가 사랑이를 닮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밖에 나가 놀기보다 늘 집에만 있었는데 아버지가 집에 계실 때면 사랑이처럼 언제나 아버지 곁에 머물렀다. 나는 아버지가 누워 계실 때마다 사랑이가 나에게 하는 것처럼 아버지 배에 내 등을 기대고 앉아 놀이를 했다. 아버지의 배는 참 따뜻하고 아늑해서 나는 그 포근함이 좋았고 좀처럼 그 곁을 떠나지 않았다. 아버지 배에 기대어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한 번도 아버지는 싫어하시거나 힘들어하시는 내색도 없으셨고 그저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막내아들을 흐뭇하게 지켜보셨다. 한 번은 늘상 그렇게 아버지 배에 기대고 있는 내 모습을 보시던 외할머니께서 너는 아버지 배가 그렇게 좋으냐, 아버지 힘드니까 그만하라고 나무리기도 하셨고 아버지에게도 힘들 테니 그만 받아주라고도 말씀하셨지만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그냥 웃으며 넘어가셨다.
아늑함과 포근함을 광고하는 세상의 그 어떤 소파나 침대보다도 아버지의 배는 따듯함과 평안함이 있었고 나는 그런 아버지의 배 위에서 마치 나무가 땅속의 물줄기를 흡입해 푸르른 잎사귀를 피우듯 아버지로부터 전해오는 은은한 사랑을 온몸 구석구석으로 빨아올려 나를 자라게 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나의 유일한 놀이터였던 아버지의 배를 떠났지만 그 시절 아버지의 배에 기대어 전해졌던 따듯함과 평안함은 내 속에 온전히 각인되어 여전히 온기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