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품픽] 회사 알레르기지만 괜찮아 5화
“이모님, 너무 죄송해요. 제가 많이 늦었죠?”
“이렇게 갑자기 늦게 오시면 어떻게요. 저도 일 끝나고 개인 일정이 있는데"
“회사에 갑자기 급한일이 생겨서요. 남편은 하필 오늘 같은 날 출장이네요. 죄송해요. 지은이는 오늘 잘 놀았나요?”
“엄마 안 온다고 계속 칭얼거리다가 좀 전에 잠들었어요"
“네, 저녁도 잘 먹었나요? 자기 전에 이는 닦았어요?”
“엄마 오면 밥 같이 먹겠다고 고집부리면서 안 먹는 걸 억지로 몇 숟가락 떠 먹였어요. 이는 잠들기 전에 제가 닦아주었고요.”
“네, 너무 감사해요.”
“회사일 바쁘신 건 알겠지만, 이렇게 2시간 씩이나 늦으시면 곤란해요."
“네, 저도 웬만하면 제시간에 나오려고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안되네요. 오늘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여기 오늘 일당 받으세요.”
…
“그런데 왜 이것밖에 안 되나요? 2시간 초과 근무한 것도 주셔야죠?”
“이모님, 우리 애 봐주신 게 벌써 2년이나 되셨는데 우리 사이에 초과 수당을 꼭 다 챙겨받으셔야겠어요?”
“아니 지은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일을 더 했는데 돈을 더 안 주시겠다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왜 말이 안 돼요. 저도 오늘 돈 못 받고 2시간 초과 근무했는 걸요."
회사는 우리의 봉사정신을 키워줍니다.
저녁식사 후 TV를 보고 있는데 봉사왕 수상자가 나왔다. 한 해 동안 500시간의 무료봉사를 했다고 소개되었다. 아내는 500시간의 봉사시간에 감탄했지만, 나는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하루 평균 2시간, 한 주에 10시간, 일 년이 52주니까 총 520시간…
따지고 보니 봉사왕보다 내가 더 무료봉사를 많이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가끔 단체로 같이 야근할 때는 저녁 식대를 청구하기도 하고, 막차가 끊겼을 때는 택시비를 지원받을 때도 있으니 완전한 무료봉사는 아닌 건가?
일을 하면 돈을 받아야 한다. 월급쟁이로서 사실 돈 받는 것이 회사를 다니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이렇다 할 근사하고 거창한 의미가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런데 돈을 받지 못하고 일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원래 봉사활동이란 불우한 이웃을 위한 것이며 그것을 통해 우리는 보람을 느끼고 영혼을 살찌울 수 있다. 하지만 회사원의 봉사활동은 부유한 사장님을 위한 것이며, 스트레스를 얻게 되고 영혼을 갈아먹는다.
그래도 막연히 나의 봉사활동을 누군가는 알아주고 언젠가는 혜택으로 돌아올 것이라 기대하며 계속하게 된다. 사실 안 하면 눈밖에 나게 되는 현실에 굴복하는 것일 수도 있다.
최근 조직문화가 많이 개선되면서 적정 시간 근무제도를 도입하는 회사가 늘어가고 있다. 직원들의 워라벨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적정 시간 동안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 시간만큼만 돈을 주는 제도로 변질되어 가는 건 아닐까? 그리고 일은 늘어만 가는데 인원 충원 없이 근무시간만 줄이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 직원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높으신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시곤 한다.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맡은 일에 오너십을 가지고 나의 일처럼 임한다면, 회사도 발전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직원들도 성장하며,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슴속에 뜨거운 열정이 솟아오르며 강한 동기 부여를 얻게 된다.
“나도 빨리 사장이 되어서 직원들에게 저런 이야기를 해주어야지!
나의 사업을 위해 직원들이 열심히 봉사를 할 수 있도록…”
돈에 상관없이 오너십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진짜 오너가 되어 일하는 것입니다.
*[논품픽] 논픽션 품은 픽션
Photo by Duncan Kidd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