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엄마와 복잡한 딸 사이, 우리가 다시 배우는 사랑

by 김의숙

행복한 가족사진을 보며 왠지 모를 낯섦과 그리움이 느껴졌다. 귀찮을 정도로 수시로 불러대던 "엄마"라는 소리도 사라졌다. 외출이라도 하려고 하면 항상 붙어 다니려고 해 맘대로 외출도 어려웠는데 이제는 혼자 자유로이 할 수 있다. 아니 같이 다니려고 하지도 않는다. 허전함을 넘어 외로움이 찾아든다. 아이에게 말이라도 걸어 보면 쌀쌀맞은 대답이 돌아온다. 대답이라도 하면 다행이지 아예 묵언 수행을 수시로 하기도 한다.

내 옆에 붙어서 재잘거리던 사랑스럽던 딸이 어느 날 낯선 모습으로 다가왔다. 갑자기 찾아온 이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춘기가 된 아이들은 일단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면 문을 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더 이상 순종적이지 않은 아이의 모습에 화가 났다. 이제 컸다고 날 무시하나 하는 거야 하는 생각에 서운함을 넘어 화가 났다. 그대로 놔두면 버릇없는 아이가 될까 봐 교육한다는 명분으로 아이에게 훈육을 했다. 그럴수록 아이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는 깨달았다. 급기야 아이는 방문을 잠가 버렸다. 이제 더 이상 아이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한다. 처음부터 아이는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스스로 독립하려고 노력하는 아이를 그 시간을 살아온 나도 잊어버리고 이해하지 못했다.

아직 내 품에 있는 내가 무엇이든 해주어야만 하는 아이로 생각했다.

그 답답함과 배신감에 나는 집요하게 아이를 쫓아다니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말을 해야 알 것 아니야" 잔소리를 했다.

아이는 말을 하고 싶지 않은데...

나는 걱정이 되어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아이에게는 잔소리, 혼자의 시간을 방해하는 소리로 들렸는가 보다. 처음에는 입을 다물던 아이는 짜증 난 목소리로 답을 했다.

"내가 알아서 할게요", "나가 주세요.", "혼자 있고 싶어요.", "그냥 줌 내버려 두면 안돼요?"....

지속적이 아이들의 호소에도 목소리 톤이 왜 그렇게 버릇없느냐고, 왜 짜증 난 목소리로 말하냐고

나는 더 짜증 내는 목소리로 아이에게 말을 했다. 그러고는 대화를 하자고 했다. 그것이 얼마나 일방적인 집착인지 깨닫지 못했다.

내가 좀 더 성숙된 사고를 했다면 아이를 위한 시간을 기다려 주었을 것이다. 그럼 나 자신도 아이의 말 때문에 상처를 받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때 아이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기다리는 것이다.

뉴스에서 나오는 비관적인 내용들은 많이 접한 엄마들은 아이가 말을 안 하면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한다. 혹시 우리 아이가 왕따를 당하는 것은 아닌가? 학교 생활에 문제가 있나? 안 좋은 일에 연루되지 않았을까?

아이에게 무관심한 것도 문제지만 지나친 간섭은 더 큰 갈등을 일으킨다.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는 것.

그 기다림은 아이도 엄마도 성장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믿고 기다려 줄 수 있으려면 평소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집착이 아니라 관심.

얼마큼 기다려라 할까?

그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냥 내버려 두면 나도 아이도 덜 상처받을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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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딸을 둔 엄마로 산다는 건, 매일 작은 파도에 부딪히는 일과 같다.
분명 어제까지는 웃으며 학교 이야기를 들려주던 아이가, 오늘은 이유도 모른 채 방문을 닫아버린다. 그 문이 닫힐 때 나는 늘 가볍게 놀라고, 조금은 상처받는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생각하며 한 걸음 물러선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알게 된다.
그 문은 나를 향해 닫힌 것이 아니라, 세상과 자기 자신으로부터 잠시 숨고 싶은 아이의 신호라는 것을. 그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서툴다. 아이의 마음에 너무 빨리 다가가려고 하고,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내 불안과 걱정을 건네곤 한다.

딸은 그런 나를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말로는 설명하지 못하지만, 그 눈빛에는 ‘내 마음을 너무 쉽게 판단하지 말아줘’라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멈춘다. 그리고 그저 옆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연습을 한다. 엄마가 해야 할 때가 있고,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우리가 다시 배우는 사랑은 어쩌면 ‘말하지 않는 용기’인지 모른다.
조용히 밥을 차려 두고, 아이가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리고, 짧은 대화 속에서도 마음을 헤아리려 애쓰는 그런 사랑 말이다. 사춘기의 파도는 여전히 우리 안에서 부딪히지만, 그 파도를 어떻게 넘을지 우리는 날마다 연습하는 중이다.

엄마가 조금 서툴러도, 딸이 조금 복잡해도 괜찮다.
사랑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마음을 놓지 않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니까.
그러니 오늘도 나는 딸의 문 앞에서 조용히 생각한다.
‘우린 지금도 잘하고 있어. 천천히,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는 길 위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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