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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라블라 김작가 Apr 12. 2021

일단은 고(go)

아무도 모르지만 생존 신고서

2021년 새해부터 백수가 되었다.

미혼의 30대 후반, 여러가지 문제로 대출도 안나와서 연금저축통장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직장인 15년동안 유일하게 유지하고 있던 연금저축(연말정산용이라 해약하면 손해가 커서 건들지못했던)

10만원짜리 10년만기, 앞으로 2달이면 끝이지만 원금은 55세 만기일로 나에겐 없는 돈이나 마찬가였다.


다시 백수로 컴백한 나는 많은 일이 있었다.

아니 어찌보면 특별한 일도 없었다.


월급도 못받고 급하게 나온 상태여서 애초에 꼬인돈이 있었다.

2달간은 뻔뻔한 대표를 닥달하며 밀린 월급에서 50만원, 100만원씩 받아내고 있었다.(용돈받는 줄)

이돈으로 겨우 연명하며 한달 뽀개기를 실천하다가 백수 4개월차 결국 1천만원이라는 빚이 생기고 말았다.


늦게 깨달은 점(?)이지만 대표는 월급을 줄 생각이 없었고, 미련스럽게 퇴사 2달뒤 노동부 고소했다.

여전히 뻔뻔하게 본인이 허락을 해줘서 소액채당금이라도 받을수 있는거라며

남은 직원에게 자랑하듯 말했다고 한다(이걸 고소취하 해주지 말았어야 하는데..)


워낙에 하루벌어 먹고사는 저축에 미련없는 여행에 미친자여서

생활비를 제외한 매달 저축이나 고정비가 있는건 아니었지만

여행을 가려고 모아둔 작고 소둥한 돈이있었는데, 금방 취업할거란 생각에 백수초반에 탕진해 버렸다.

엄마 치과비용으로 절반을 드리며 백수지만 효녀코스프레까지.

(친구들 말로는 돈나무라도 있는듯 마스크 쓰고 빨빨거리며 잘 돌아다녔다고 한다)




1월. 마음이 급하다보니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180곳이라는 어마어마한 지원상태 중이였다. 거의 가리지않고 넣었다.

대기업, 계열사, 중소기업, 소기업, 1인회사 등등 신규업데이트 되는 기업을 제외하곤 넣을수 있는곳은

죄다 매일같이 입사지원을 누르고 이력서를 써내려갔다.


코로나 전에는 하루 면접 3곳을 보기도 했고,

그동안에 대기업은 못가도 계열사 정도는 무난하게 합격 경험이 많았던 터라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을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이는 많고 경력도 많고 연봉도 있고(?).. 요즘같은 시기에는 특히나 내가 들어갈 틈이 좁디좁았다.

그래서 나는 눈도 낮추고 연봉도 낮추고 욕심도 버리고 일단 합격하는 회사로 들어갔다.


당연히 불안했고, 내가 하던 업무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었고, 사람이 무례하기도 했고

매일매일이 악몽일 정도로 어두운 생활이 지속되었다.

2일(48시간)


역시 난 참지못하고 뛰쳐 나왔고, 다른곳을 입사하고 또 튀쳐나오길 반복.

이런 모습을 자주 본 주변인들조차 취업도 빠른데 나오는건 더 빠르다며

네가 아직 자존심을 버리지 못해서 그런거라고

많은 잔소리와 비웃음을 선사했다.




한번 한량은 영원한 한량인가.

그들이 내 인생 살아주는것도 아니고

주변 눈치보다가 꽃피는 시간을 놓칠수 없지


난 스스로 판단력이 빠른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회사에 간다.

일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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