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키드: 포 굿>이 보여준 행복의 역설 (스포 있음)
진정, 행복한 사람은 대체로 조용하다. 마음이 충만할 땐 굳이 입 밖으로 떠들어서 세상에 알릴 필요조차 못 느끼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끄럽게 요란하게 굴고 싶은 순간은 마음 속 결핍을 감추려는 신호일 때가 많다.
영화 <위키드: 포굿>에서 글린다가 "We couldn't be happier"라고 노래하던 장면이 유독 쓸쓸하게 보였던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행복을 수없이 외치는 그녀의 얼굴은 그것에 도취된 것이 아니요, 오히려 갈구하는 눈빛에 가까웠기에.
그래서였을까. 극 후반부 엘파바와 피에로의 결말을 보면서 두 사람은 분명 행복해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무도 모르게 자취를 감추는 두 사람이야말로 이제는 그 누구에게도 행복을 증명할 필요도 남에게 자랑할 필요도 없을 테니, 있는 그대로의 충만한 삶을 살아갈 거라는- 그런 확신이었다.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의 삶은 세상 일을 피해 숨는 '은둔'에 가깝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은둔의 삶이야말로 행복에 가까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때때로 너무 많이 알고 듣고 보는 게 화근이 돼 불행을 자초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가끔은 세상과 조금 떨어져 있어야 내 마음이 어떤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들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보면, 동명의 책 제목이 말하듯 “명랑한 은둔자”의 삶이야말로 행복에 가까운 것일 테다. 세상과 일정 거리를 둔 사람만이, 그 소음을 자기 안으로 들이지 않은 사람만이, 타고난 명랑함을 지킬 수 있을 테니까. 흐린 데 없이 밝고 환한 ‘명랑함’이란 것은 행복과 비슷한 기운을 풍겨서, 마음이 어지럽지 않을 때 비로소 발휘되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니까.
그래서 종종 생각한다. 오래도록 잔잔하게 행복하기 위해 명랑한 은둔자의 삶을 살겠노라고. 너무 많이 알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않는 그 삶을 택하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