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거짓에 기대고, 미움으로 버티려 할까

위키드 속 시민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다

by 소서

영화 <위키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영화 속 세상처럼 우리 현실도, 어딘가 조금씩 나사 빠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얼레벌레' 굴러가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위키드 속 시민들이 엘파바를 "사악한 마녀"로 규정하며 거의 맹목적인 수준으로 미워했듯이, 그 반대로 글린다와 마법사에게 환호를 보내며 찬양하듯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또한-완벽하지 않고 빈틈 많은 삶을 견디기 위해 누군가에게 기대고, 또 미워할 대상을 끊임없이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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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미움'은 우리 삶을 버티는 데 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때때로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오늘 하루를 살게 하고, 내일을 기대하게 하니까. 남의 탓으로 돌렸을 때 잠시나마 마음이 가벼워질 때도 있으니까. 그런 순간에 다다르면 중요해지는 건 그 감정으로 내가 얻게 되는 심리적 이득뿐, 그 감정을 불러온 사건 자체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따지는 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된다.


문제는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고통스럽다는 데 있다. 진실은 때때로 지금까지 붙잡고 있던 생각을 송두리째 부정하게끔 하는데 그 무게는 일개 개인이 감당하기엔 벅찰 정도로 무겁게 느껴지니까. 그렇게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는 느낌이 싫어서, 우리는 그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에 기대 자신을 보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진실의 영역을 완전히 외면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와 드라마 같은 콘텐츠를 보는 게 아닐까. 현실에서 미처 다다르지 못한 진실의 영역을, 가상의 세계에서 조금이나마 확인해 보려는 것. 그렇게 보면 그것은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진실의 겉부분이라도 건드려보는 시도일 것이다. 우리가 이야기를 찾아다니고, 그 속에서 위안을 얻는 이유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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