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고]
집 하나를 옮기는 듯한 봇짐을 등에 지고 앞에는 아기를 맨 정체불명의 사내가 도시에 나타났다. 회오리바람에 집들이 망가지고 무릎까지 푹푹 꺼지는 눈이 쌓인 이 낯선 도시에서, 사내는 엽전 한 잎을 내밀며 젖동냥을 다닌다.
사내는 누구인가.
아기 엄마는 어디에 있나.
왜 이 도시에 왔나. 왜 이 도시를 떠나지 않나.
소설은 남자 주인공 린샹푸의 이야기를 따라 시작하고 끝이 난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 끝까지 궁금해할 이야기를 위화 작가님은 린샹푸의 이야기가 모두 끝난 후, 또 다른 이야기로 따로 얘기를 풀어낸다. 린샹푸의 삶의 이야기를 읽는 중 그래서 샤오메이는, 원청은, 시진이 과연...이라는 궁금증을 해결해 주지 않고, 오롯이 린샹푸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더 끝까지 집중해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던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님이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동안 한 편의 판타지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장면마다 실제 인물이 아닌 몽롱하고 뜬구름에 감춰진 어느 우화 속 인물이라도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묘한 인물들 간의 대화도 그랬고, 자연 풍경이나 특히 길을 묘사하는 장면이 환상적이어서 더 그랬던 듯하다.
지붕을 뚫을 정도의 우박이 어느 날 밤 갑자기 쏟아져 린샹푸와 샤오메이가 한 자리에 있게 되는 장면이나, 톈가의 다섯 형제와의 오래된 충직한 인연이나, 천융량 가족과의 인연과 운명, 샤오메이의 빠른 말투, 나무신발 소리, 물가 앞 집, 아창의 장삼, 반만 가져간 금괴, 끊이지 않고 내리는 눈, 그리고 그 눈밭의 사람들. 처절하게 환상적이고 치밀하게 짜인 인연과 운명이 애절하게 섞여있어, 깊이 여운이 남고 그들의 삶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진다.
있는 듯하지만 있지 않고, 머문듯 하지만 머물지 않았던 이야기의 여운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