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고]
우연히 들른 서가에 열 권의 책이 꽂혀 있다면, 그리고 그중 한 권이 정해연 작가님의 책이라면, 나는 그 열 권의 책 중 작가님의 책을 먼저 꺼내 읽을 것이다.
정해연 작가님의 책은 <더블>로 처음 접했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 <드라이브>다. 드라이브를 읽고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마음속에 작은 충격이 가해진 듯했다. 소설을 쓸 때, 소재가 중요하다는 고정관념이 부서진 순간이었다.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소재로, 이렇게도 특별한 소설을 적어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충격이었다.
별다를 게 없는 인간 심리를 읽으며 왜 그리도 마음이 조여오는지, 왜 그렇게 씁쓸한지 모를 일이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내 옆의 누군가의 이야기를 보는 듯해, 소설 속 모든 인물들의 마음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문장은 언제나 깔끔하게 필요한 말만 전하는데, 그 문장을 읽고 나면 생각을 깊게 한다. 욕심, 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인물들의 모든 심리를 이용해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간단히 풀어낸다. 하지만 여기에 묘미가 있다. 단순해 보여 간단히 읽었는데 치밀한 이야기가 읽는 이의 머릿속에 펼쳐진다.
읽고 난 뒤 한참이 되었는데, 그래서 그 딸은 지금 마음이 어떨지...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