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바쁘지만, 중요한 것들은 놓치지 않기를

[부모가 된다는 것]

by 소선

아침엔 출근 준비로 바쁘고

하루 종일 일에 치이고

퇴근하면 피곤해서 눕고 싶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지나가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바쁘게 살다 보면

정말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딸아이가 “아빠, 놀자!” 할 때

“조금만 이따가” 하며 미루고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려야지 하면서

결국 또 잊어버린다


삶이 바쁜 건 어쩔 수 없지만

정말 중요한 것들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쁜 하루 속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


그 작은 순간들이

언젠가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기억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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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엘리베이터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고쳐 맨다. 시간은 아슬아슬하고, 머릿속은 이미 오늘 해야 할 일들로 가득하다. 아이는 졸린 눈으로 배웅을 하고, 아내는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다녀올게.” 짧게 말하고 현관문을 나서면, 그 순간부터 또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간다. 업무 보고, 이메일, 회의, 전화, 지친 동료의 얼굴. 하루를 쏟아 붓고 돌아왔을 땐, 아이는 침대에서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다.


문을 닫고 조용히 거실에 앉으면 묘한 허전함이 밀려온다. 오늘도 아이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조금만 이따가”라고 했던 그 말이, 결국 오늘 하루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바쁘게 사는 건 당연한 일처럼 느껴지지만, 그런 날들이 이어질수록 마음 한편이 점점 비어간다. 어디서부터 놓치기 시작한 걸까. 이 삶의 균형은 왜 이토록 맞추기 어려운 걸까.


퇴근길 지하철에서 문득 메시지를 보낸다. “잘 자.” 아이는 이미 자고 있을 테지만, 그런 말 한마디라도 남기고 싶어진다.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자꾸 뒤로 미루던 작은 말들. ‘내일은 조금 더 일찍 들어가야지’ 다짐하면서도, 다음 날이면 또 같은 바쁨 속에 휩쓸린다.


삶이 바쁜 건 맞다. 하지만 바쁘다는 말이 무뎌질수록, 소중한 것들이 조용히 멀어져 간다. 아이가 자라며 나를 필요로 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어느 날은 아이가 말한다. “아빠는 왜 맨날 바빠?” 그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바쁜 이유는 분명하다. 가족을 위해 일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가족을 위해 바쁘게 살다 보니 정작 가족을 소홀히 하게 되는 이 역설이, 나를 가만히 괴롭힌다.


아이의 웃음소리, 함께 보던 애니메이션, 같이 만든 종이비행기.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 순간들은 기록되지 않는다. 사진도 없고, 영상도 없다. 다만 마음에 남는다. 피곤한 날, 문득 떠오르는 장면 하나가 내 하루를 버티게 만든다. 아이가 두 팔 벌려 “아빠!” 하고 달려왔던 그 장면 하나가, 모든 회의와 이메일보다 더 강한 의미로 남는다.


언젠가 아이는 더 이상 “놀자”라고 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더 이상 손을 내밀지 않고, 방 안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날이 오겠지. 그땐 지금을 떠올리며 후회하게 될까. 왜 그렇게 바빴는지, 왜 조금만 더 시간을 내지 못했는지. 삶의 중요한 것들이 눈앞에 있었는데 왜 그걸 지나쳤는지.


그래서 요즘은 의식적으로 시간을 낸다. 단 10분이라도 아이와 눈을 맞추며 놀아주고, 아내의 하루를 묻고, 부모님께 전화를 건다.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을 고르려 한다.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도, 반드시 붙잡고 싶은 것들이 있다. 그게 나에게는 가족이고, 오늘이라는 시간이다.


사람은 결국 기억으로 살아간다. 오래 남는 건, 이력서에 쓰는 성과보다도,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이가 건네는 “아빠 최고!” 한마디다. 피곤한 하루 끝에 아내와 눈이 마주치고, “수고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순간이다. 그런 순간들이 쌓여, 우리가 누구였는지를 기억하게 만든다.


삶은 바쁘다. 그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 바쁨 속에서 중요한 것을 지키는 일, 그것이야말로 어른이 된 우리가 해내야 할 일 아닐까. 아무리 많은 일들을 해내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놓치고 있다면, 과연 잘 살고 있는 걸까?


당신은 오늘, 가장 바쁜 순간에 누구의 얼굴을 떠올렸는가?

그 얼굴을 향해, 오늘 무엇을 건넸는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결국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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