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

by 승아

말할 수 없는 것을 오랫동안 입 안에서 굴려봅니다. 잘근 잘근 씹은 자음과 모음이 낱낱이 뒤섞여 만들어진 작은 회오리는 자꾸만 혀 밑을 간지럽힙니다. 들썩이는 그것을 꾹 참기 위해 살짝 오므린 입술은 아직 피지 못한 꽃잎 같아요. 온 힘을 다해 꼴딱 목구멍으로 밀어내곤, 혹시라도 남아있는 낱말은 없는지 오물조물 입 안을 샅샅이 살핀 후에야 입술을 뗄 수 있었어요.



본 적 없는 것을 기억하는 눈은 내가 삼켜낸 그것들을 담고 있습니다. 맑은 하늘이 담긴 눈동자에는 삼켜낸 후회가, 올라간 입꼬리가 담긴 눈동자에는 삼켜낸 충동이, 정돈되지 않은 의자가 담긴 눈동자에는 언젠가 삼켜낸 서운함이 온전히 고여 있습니다. 감각이 무서운 이유에요. 만질 수도, 볼 수도, 알 수도 없는 것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기억하는 있는 기관은 머리가 아닌 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적어낸 글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나로서도 알기 힘들지만, 장담할 수 있습니다. 눈은 알고 있을거예요. 우리, 눈을 맞대고 있다면 당신도 알 수 있어요. 활자가 가득한 내 눈동자에는 무엇이 고여있는지, 두서 없는 말 끝에 어떤 마음이 숨어있는지 말입니다. 글이 끝나면 분명해질 것입니다. 바람이 멈춰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호수의 반영처럼, 입을 굳게 닫은 내 모습이 비친 당신의 눈동자에는 무엇이 함께 일렁이고 있을지. 나는 다만 그것이 궁금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