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빛의 이랑과 고랑

by 승아

훌쩍이는 밤이면 바다를 생각해. 푸른 바다 앞에 두고 온 우리를 그리는 거야. 아무도 찾지 않는 그 바다에는 여전히 우리의 이야기가 흘러. 눈 내린 하얀 벌판을 달리며 서로를 쳐다보는 우리. 바람과 씨름하며 두 걸음 걷고 세 걸음 밀려나던 너. 빨갛게 언 코를 톡톡 건드리며 아무 느낌도 없다며 실실 대던 나.


젖은 양말을 차창 앞에 널어두고 그렇게 한참을 달려 우리는 어디로 향했을까. 따뜻한 코코아 한 잔으로 낯선 추위를 이겨내며 나는 바람에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살펴보았어. 수군대는 외국어 소리와 오색빛의 눈동자, 이 곳에 와서 한 번도 눈을 본 적이 없는데 저기 바깥의 수북이 쌓인 눈들은 어디서 온 걸까 하는 유치한 호기심, 처음 겪어보는 헐거운 기분, 몸이 녹아 살짝 풀린 너의 눈꺼풀까지도.


바아-다아- 하고 외칠 때면 어쩔 수 없이 벌려지는 입모양처럼 뭐든지 담을 수 있을 것 같은 그곳에 정말 지금의 모든 것을 담으려고 애썼던 그 날. 그렇게 푸른빛의 이랑과 고랑에 담긴 시간들은 꽤 오랫동안 나를 위로하고 있어. 부서진 파도 알을 헤치고 그때의 바다를 헤매다 푸, 하고 밀린 숨을 다시 내뱉을 때면 조금 괜찮아진 기분이 들어. 정말 그런 기분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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