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것들

by 승아

눈이 오면 어쩔 수 없이 생각이 나는 것이다. 생에 가장 많은 눈을 구경했던 그 나라를. 훅 불어닥친 눈보라에 꽤 오랜 시간을 차에 갇혀 있던 그때를. 칫솔을 입에 물고 옷장에 숨어 너를 기다리던 그때를.


코로나로 인해 세상은 순식간에 좁아져버렸다. 차를 타고 국내의 이곳저곳을 움직여보기도 하지만 왜인지 집을 떠나 있어도 갑갑한 마음은 계속이다. 갇혀버린 기분이다. 어딜 가도 똑같다. 마스크만 한 세상에 뚝 떨어졌다. 어디든 가고 싶지만, 어느 곳에 있다 해도 상황은 똑같을 것이다. 어느 곳에서 다른 어느 곳을 꿈꾸는 그런 상황은. 그런 사실을 깨달을 때면 마음에 돌덩이 하나가 쿵 내려앉는 기분이다. 무겁게, 무겁게, 끝이 보이지 않는 밑으로 그렇게 내려가기만 한다. 오늘의 것은 다른 날보다 조금 더 무거운 것 같다. 의자 위의 엉덩이도 마음의 무게만큼 납작해진다.


환기를 시켜야겠다, 그렇게 마음을 먹는다. 쾌쾌해진 몸속을 씻어야겠다고 생각할 때. 그럴 때면 책상 앞에 앉아 노트 한 권을 꺼낸다. 텅 빈 오늘치의 종이에 무엇을 적으면 좋을지 생각한다. 슥, 하고 순식간에 들어와 온 몸을 씻겨 줄 바람 한 점을 기다리며 눈을 감는다. 어떤 생각을 했었지. 발바닥을 보며 생각한 비유, 낮과 밤의 음악들, 이상한 시계 이야기… 그렇게 점자를 읽듯이 볼록 튀어나온 생각 하나하나를 살펴본다. 더듬더듬.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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