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태우는 시간
요즘 향 사르는 분들이 많아지셨더라고요.
향보다는 인센스, 라고 부르는 편이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네요.
덕분에 향도구들이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어서 참 좋습니다. 향 선택지도 다양해지고 있고요.
저는 차 마시다가 찻집에서 향 사르는 걸 처음 보고 향을 접하기 시작한 것 같네요.
차를 마시는데 왜 향을 태우지? 하는 궁금증이 생겨서 관심을 갖고 찾아보다가 사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전 글에서 쓴 바와 같이 향도랑 서예도 다도랑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호흡의 예술 향도』 라는 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향과 차는 항시 어우러지길 즐기나, 향회인지 차회인지에 따라 그 중심은 다르다.
향회를 할 때는 향이 중심이 되니, 향이 우선이다.
향회가 끝날 무렵 향실에서 나와 다실로 옮기거나
향자리를 물리고 차를 준비한다.
향회에는 향이 진한 우롱차나 홍차는 피하고,
연하고 부드러운 녹차류나 오래된 진년보이를 선택한다.
차회에서는 먼저 영객향迎客香을 피워 손님을 맞이한다.
차를 바꾸는 때나, 찻자리가 끝날 무렵 향을 준비하여
손님들에게 문향을 하게 한다.
언제 마시는 차든 그 나름의 향취가 있듯, 향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침, 점심, 저녁에 사르는 향이 다르고 날씨와 계절에 따라 사르는 향이 다릅니다.
문 열고 향 피워놓고 보이 숙차에 꾸이맨 곁들인 새벽.
침묵이 깔리고 적당히 시원한 바람 불 때. 혹은 아침의 부산함이 약간 섞인 선선함을 맞이할 때.
작년엔 장마가 길어서 빗소리 들으며 향 피우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따그랑 거리는 풍경 소리, 풀벌레 소리, 적당히 뜨뜻미지근한 밤바람, 피우는 향 냄새, 맛있는 차맛.
바람은 서늘하고 백단 향은 달콤한 가을, 차가운 밤공기에 향은 부드럽고 온수매트는 따뜻한 겨울까지도.
향은 사르다는 표현을 좋아해요.
향 피우고 나서 옷이나 몸에 밴 그을은 연기 냄새도 좋아하고요.
향을 왜 좋아하냐면 향을 사르면서 제 안에 뭔가도 타서 사라지는 것 같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이든 연기가 되어 저 멀리 아른거리는 것 같기 때문에.
차는 저를 살게 하고 향은 저를 숨 쉬게 합니다.
타오르는 향과 연기를 볼 때면 마음속의 무언가도 타서 사라지는 기분이 듭니다.
마음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이런저런 생각도 향연 앞에서는 모든 것이 사라집니다.
오롯이 향과 저로 가득 차있는 공간. 바람이 불고, 혹은 바람이 멈춰있고 향은 타오르고 연기는 날리는.
마음이 불편하고 번잡할 때, 향 한 번 피워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러는 김에 차도 한 잔 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