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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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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슬 Jun 05. 2021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


지금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애착의 대상은 공간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차다.

단지 요즘은 차 한 줌으로는 행복해지지 않을 뿐.


한창 마시던 때와 다르게 요즘은 좀 잔잔하게 좋아하는 편.

한 한, 두 줌은 더 추가해야 행복해진달까. 티 바처럼 다채롭든가.


공간은 사라지고 사람은 배신하지만 차는 그저 거기에 있다.

그런 맥락으로 차를 좋아한다. 그저 거기에 있으니까. 맛이 변할 수는 있어도 그건 당연한 일이니까.


기호식품으로서도 좋아하지만 차 마시는 행위 자체가 좋아서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찻잎 향, 예열한 다관에 넣었을 때의 찻잎 향, 우릴 때의 향, 우리고 나서의 향,

마실 때 첫 향, 마시면서 느껴지는 향과 맛, 마신 뒤 코와 입에 남는 향, 바디감, 여운, 찻잔에 남는 향, 다 우린 뒤 찻잎 향.


다구 예열까지 합쳐 이 모든 과정들이 좋다. 익숙해져서인지 모르겠지만 그 익숙함에서 오는 안도감 같은 것들이 좋다.

물론 준비과정이나 설거지가 귀찮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귀찮아도 결국 차 마시는 걸 보면 정말 좋아하긴 하나보다 싶다.


어떤 행동이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의 이하 오감을 만족하고 자극하면 행복감을 느낀다는데

차를 마신다는 건 오감만족에 꽤나 부합하는 행위여서 좋아한다.


찻잎과 찻물색과 다구를 보고, 우려 지거나 마시는 소리를 듣고, 마시면서 맛을 보고, 향을 맡고, 찻물의 촉감을 느끼고.

다도를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다도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이것들이 연결되면 다도가 되지 않을까.


도(道)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그러하므로, 그러한 연유로 차를 좋아한다.

마시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좋아한다. 맛이 있기 때문에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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