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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슬 Jun 05. 2021

좋아한다는 것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그저 향기 나는 물인 이것을 왜 좋아하는가.'


왜냐하면 찻잎을 우려 내 나는 맛과 향을 좋아하기 때문에.

때로는 맛없는 것들이 있지만 맛있는 것들이 주는 기쁨을 좋아하기 때문에.


기호식품을 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다면 그것이 기호에 맞기 때문이겠지.


정신이니 다도니 하는 것을 이유로 들지 않아도 그것이 내 마음에 꼭 맞기 때문에 좋아하는 듯하다.

찻잎 향을 맡고 찻잎을 우릴 때의 향기, 마실 때의 맛과 향, 마신 후의 여운이 좋다.


그리고 가끔 찾아오는 고요가 좋다. 햇빛도 바람도 습도도 딱 맞아 모든 것이 고요할 때. 세상과 내가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이 들 때.

물아일체라고 하던가. 그런 순간들이 올 때를 좋아한다. 가끔씩 느끼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살아있는 기분이 들게 해 준다.

찻잎 한 줌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닐까.

찻잎 한 줌으로 나는 세상과 연결되고 세상과 단절된다. 살아갈 마음을 먹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좋아한다는 것은 그런 일 같다. 살아갈 힘을 얻는 일.

순간이라도 다른 모든 것을 잊고 그것에만 집중하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멋지고 소중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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