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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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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슬 Jun 14. 2021

어린 여성이 차를 좋아하면 문제가 있나요?

차 박람회 문화에 대한 소고


차 박람회. 

차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즐거운 행사죠.

전국에 계신 분들이 한 곳에 모여서 담소를 나누며 차를 마십니다.

지나가던 모르는 사람에게도 차를 건네고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함께 차를 마시는 진귀한 풍경이 있죠.


하지만 가끔 모두를 환영하지는 않는 듯한 태도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홍차 마셔요.' 혹은 '가향차를 주로 마셔요'

라고 했을 때의 부스 주인의 미묘한 표정 변화라든가, 아니면 대놓고 달라지는 태도라든가.

혹은 단골로 예상되는 사람과 나를 대하는 방식의 차이라든가.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문전박대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대상은 주로 20대 전후의 여성이라고 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모두에게 친절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차 박람회에서 '(서양) 홍차나 가향차를 주로 마시는' '20대 전후의 여성'이 

유독 무시당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는 무엇으로 사람을 판단할까요?

성별? 나이? 키? 체격? 차림새? 재력?

판단의 기준은 참으로 다양한 듯 하지만 의외로 단순하게 배격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성이 나이가 어려 보이는 평범한 차림새를 하고 차 박람회를 갔을 때의 부스 주인의 접객 태도와

여성이 어려 보이지 않는, 흔히 풀세팅을 한 상태에서 옆에 남성을 대동했을 때의 태도는

아마도, 슬프게도, 많이 다를 것입니다. 제가 전해 들은 바로는 그렇네요.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단순히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 때문일까요?


혹은 어린 여성이 차를 마심 = 홍차나 가향차를 마심 = 재력이 없음 = 내 차를 판매할 대상이 아님,

이라는 판에 박힌 듯한 공식이 여러 부스 주인들의 머릿속에 있는 것일까요?


나이가 어릴수록, 차림새가 평범할수록, 여성일수록 부스 주인의 태도는 달라져만 갑니다.


차 문화는 누가 향유하는 것일까요?

차 박람회는 누구를 위한 행사일까요?

궁극적으로 '차를 좋아하는', 그리고 '앞으로 차를 좋아할' 사람들을 위한 행사가 아닐까요?


차를 좋아함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사람의 급의 차이는 둘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차를 좋아하는 나, 는 결코 누군가보다 훌륭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그 차를 좋아하는 자신일 뿐이죠.


차 박람회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요?

물론 어떤 이들에게는 모두와의 만남의 장일 수도 있겠지만, 

우선은 그 해의 차를 소개하거나 자기 브랜드를 홍보하며 마케팅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장사'를 하는 곳이죠.

하지만 그곳에서의 접객 태도가 불성실하다면 고객은 발을 돌리게 될 것입니다.

차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 물건을 판매하는 판매자의 태도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곳이라면

소비자 또한 그에 응당한 태도를 취하겠지요. 말하자면 소비하지 않게 된다는 말입니다.


는 문화입니다.

차를 마시는 모든 행위에 문화가 깃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문화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면 문화라고 할 수 있을까요?


고인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보다 열린 마음으로, 좀 더 똑똑하게 소비자를 대하는 판에서 헤엄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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