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차 마시기
취미란 무엇일까요?
명사
1.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2.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3.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
취미란 위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군요.
차 마시는 것은 취미에 해당하는 행위입니다. 찻잎을 다구에 우려서 거른 뒤 마시는 일이죠.
그리고 저는 취미를 굳이 그래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 '굳이' 하는 행위라고요.
차를 마시며 찻잎의 모양을 살피고 차 향을 맡고 다구를 감상하며 차 맛을 즐기는 모든 행위를
단지 즐겁기 때문에 합니다. 그것이 행복하고 제 마음에 꼭 맞기 때문에요.
하지만 취미의 영역에 다른 것을 가져오는 사람들이 종종 존재합니다.
그것은 전문성이기도 하고 다구의 아름다움보다 그 가격이기도 하며 그에 따른 어떤 허영심이기도 한데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좀 더 깊이 알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관심이 있으면 그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고 궁금해하듯이요.
그래서 차에 관해 이 책 저 책 찾아보기도 하고 인터넷을 뒤져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그 외에 방법으로는 간단한 티클래스를 듣거나 아예 전문적인 차 수업을 듣는 방법 등이 있죠.
하지만 다구의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안목은 금방 길러지지 않기도 합니다.
어떤 취미나 그렇듯 초반에는 모르는 것들이 많고 굳이 알고자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들이 있죠.
또 현실적인 여력의 차이라는 것도 분명 존재하고요.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구입할 수 있는 차들의 금액과 다구의 금액은 정해져 있고
그 예산에 맞춰 취미생활을 합니다. 이것을 소위 현명한 소비라고 부르고요.
물론 그 여력이 모두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현명한 소비의 기준도 천차만별이겠지만
적어도 그 차나 물건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알고 있어야 현명한 소비를 했다고 말할 수 있겠죠.
그래서 우리는 보통 정보를 위에 열거한 방법에 따라 얻거나, 차 상인의 말을 믿고 구입합니다.
자신과 일종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찻집에서 차와 다구를 구입하는 것이죠.
어떤 상인을 신뢰한다 함은 그의 안목을 믿고 있고 나를 속이지 않는다는 믿음을 전제로 합니다.
혹은 어떤 속임수가 있더라도 그 정도는 넘어갈 수 있다는 마음자세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고요.
서양 홍차(다즐링 등의 인도차 포함)와 서양 다구의 경우 가격이 비교적 투명하고 알기 쉽습니다.
공식 홈페이지도 꽤나 많은 편이고 상품 가격이 정확히 명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그에 비해 동양차(중국차나 보이차, 대만차 등) 및 동양 다구는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특별히 이렇다 하는 기준도 크게 없으며 연도 별로 정리된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찾아본다면 찾을 수는 있겠지만 한국어로 된 자료는 거의 없다시피 해서 원어로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차 상인이나 다구를 파는 이들에게 어쩔 수 없이 의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우리는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상인에게 그 자신의 안목에 따라 값을 지불하고 구입을 합니다.
하지만 그 상인이 우리를 속이고 있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의 입바른 말에 넘어가고 있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답은 소비자로서 안목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결국은 안목을 길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안목이 있어야 그 값에 맞는 차와 다구를 구입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하려면 안목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럼 이야기가 길어지겠군요.
짧고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많이 마시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보세요.
굳이 그래야만 하는 것. 그럼에도 즐거운 것. 취미라고 부르는 것.
취미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한다면 속지 않기 위해서는 그래야 하는 면이 있습니다.
슬프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모든 일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존재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