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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슬 Nov 29. 2021

네 글자의 진심

진심이 불쑥불쑥 튀어나올 때마다 나는 물끄러미 바라보며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때로는 차를 마시면서, 때로는 향을 사르면서, 때로는 잠을 자면서.


보통은 잠잠한 내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네 글자의 진심.

좋아해요, 라든가의 보드랍고 따뜻한 말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익숙해지는 게 좋을까 싶다. 좋은 걸까?


최근엔 너무나도 와닿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잔을 이리 잡았다가 저리 잡았다 하며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가만히 차만 마셨다.

태풍이 지나가기를 바라듯이, 물결의 파문이 잠잠해지길 바라듯이.


내 마음에 한없이 돌을 던지고 싶기도 한없이 잠잠하고 싶기도 하다.

내 진심에 한없이 젖어들고 싶기도 한없이 멀어지고 싶기도 하다.


견딜 수 없이 슬픈 날에도 견딜 수 없이 기쁜 날에도 마음 한구석이 시리다.

얼음처럼 녹아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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