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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슬 Jun 12. 2022

안녕 봄, 안녕 여름

이토록 엉망인가 싶던 시간도 지나고 조금은 평온해졌다.


이제서야 겨우, 질질 끌던 몸을 일으켜 걸을 수 있게 된 기분이 든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은 생기지 않지만

그래도 무엇인가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햇살이 은은하니 좋은 나날들이다.

조금씩 더워지는 걸 보니 슬슬 정말 여름으로 들어선 것 같고

머리 위를 내리쬐는 햇볕도 이제는 머지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짙어지는 그늘을 봐도 카랑 거리는 얼음잔을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얼음잔을 타고 내리는 물방울들을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만나고 있으며, 만날 것이다.

순진한 듯이 내일을 약속할 것이고 오늘을 마무리할 것이다.

느긋하게 책을 펼쳐 들고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하며 읽어내려갈 것이다.


받은 칭찬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순수하게 감사하기로 하자.


좋아하는 것을 여전히 좋아하는 나를 발견하며

계속되는 매일을 소중하게 여기자.


당연하지 않은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싶다.

살아가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내가 계속 존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볕뉘가 아름답다.

밤바람이 시원하다.

길던 봄을 보내고 여름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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