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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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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슬 Jun 06. 2021

나에게 茶라는 것은


생각해보면 그렇다.

누군가는 타인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겠지만 내 경우 차로 나의 존재를 확인한다.

차를 마시며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살아있음을 긍정한다. 차를 마실 땐 살아도 좋다고 말해주는 느낌이 든다.


왜 기호식품을 이토록 좋아하는가, 하고 생각해보면 그런 답에 다다른다.

나를 살게 해 준다면 그게 무엇이든 매달렸을 것이고 마침 내게는 그것이 차와 향이었을 뿐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하다. 차와 향이 아니라 다른 것에 매달리게 된 내가.

그것은 나를 살게 해 줄까? 숨 쉬는 기분이 들게 해 줄까?

그건 사람일까 아니면 사람이 아닌 다른 것일까.


지금까지의 경험상 차만이 내 눈앞에 오롯이 존재하고 있었다. 내 인생은 그랬다.

공간은 사라지고 사람은 배신하고 차는 결국 낙엽이 되지만 그래도 내가 버리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로지 내 의지로 선택했으며 잘 우려지지 않는 날도 존재하지만 늘 곁에 둘 수 있고 내 기분에 따라 무슨 차든 골라서 마실 수 있다.


차가 없는 나를 상상할 수 없다. 어떻게 살아가지?

차가 없던 나에게는 글자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차가 있다. 쌓여있는 책처럼 쌓여있는 차가 있다.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앞으로도 나는 아마도 차를 좋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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