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르바나 Jan 24. 2020

설날 아침은, 마당 가득 황금싸라기 뿌리며


[POEM & PEOPLE]



설날 아침은-기청(시인)


설날 아침은 유독

해맑은 목소리로 까작까작

온 마을 가가호호 까치가

축복을 전하고


설날 아침은 유독

장독대 위에 빛나는 햇살

대대로 이어온 장맛, 손맛을 지키던


눈오면 쓸어내고

먹구름 때 닦아내어

궂은날 세상 번뇌 다 녹여내던

어머니 따스한 손길


마당 가득 황금싸라기를 뿌리며

더 빛나게 반질거리게

홀로 장독을 닦던

보이지 않는 손길을 보며

살면서 아픈 마음도


어미 팔려간 새끼 송아지

아리게 슬픈 울음도

이날만은 유독 따뜻하지만

해가 갈수록 눈에 띄게


일가친척 가지가 벌어지고

뿌리에서 멀어져

한 다리가 천리라는 어른들 말씀

새삼 귀에 쟁쟁

 

그래도 설날 아침은

유독 그때처럼 빛나고 푸근해서

추억의 생각만으로도 저려오는

따스한 손길.




출전/ 미발표 신작



////////創과 窓 ////////////////


설날이면 떠오르는 그리운 이름 어머니

참담한 현실 뛰어넘을 생명의 원동력


설날이면 그리운 얼굴이 있다 그리운 이름, 고향 가족 어머니

아무리 불러도 지치지 않는, 새롭게 저려오는 이름 어머니

지금은 불러볼 수도 없는 이름, 잊혀진 이름, 꿈에도 잊히지 않는

동네 또래의 친구, 개구쟁이 단짝 동무, 연날리기 재기차기

자치기 딱지치기 쥐불놀이, 해가 지는 줄도 밤이 깊은 줄도 몰랐다.

세배돈은 받지도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땐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지만

어느새 용돈을 받는 나이가 되었다.

-------------------------

올해도 고향을 가지 못하고 추억하는 것만으로, 이 대대로 이어온

뜻깊은 명절 아침을 맞는다.

아들아 딸아 비록 떨어져 각자 살아가는 현대의 비정한 메카니즘

속에서 그래도 마음은 우리 하나란다. 그저 몸 건강하고 바른 마음,

정직으로 살아가면 부귀영화가, 황금보화가 부러울 것인가?

----------------------------

마음 편하지 못한 구석이 있다면, 이 나라 자유 민주 공화국의 미래가

암담하고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절벽의 현실이 아니냐.

이날까지 살아오면서 지독한 군사독재의 계엄령 시절도, 페퍼포그 자욱한

거리의 암흑에서도 살아남았지만,

요즘처럼 참담한 절망을 목격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혹독한 겨울이 가면

봄날이 온다는 믿음, 아무리 닭 모가질 비틀어도 날이 밝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질기고 혹독한 겨울의 위선 포악 파멸의

기운이 봄의 기운을, 위대한 생명의 이치를 뛰어넘을 수는 없을 것이다.

기다려라 이 땅의, 정의롭고 선량한 우리, 양심의 등불이여.

(글-청사 시인 양심의 소리 메신저)


매거진의 이전글 밥을 얻어먹으며-시인 정순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