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르바나 Jan 21. 2020

밥을 얻어먹으며-시인 정순영



   [양심의 소리 광장]


         // POEM & PEOPLE//



밥을 얻어먹으며 -시인 정순영



복지회관 강당에서

흑보기 눈을 뜬 자가 단상을 치니

팔八자 입을 한 군중이 박수를 친다.

짐이 법이다

짐에 박수를 치는지

법에 박수를 치는지


나는 바담 풍風 해도

너는 바담 풍風 해라


짐이 물러가라만 배워서 아는 게 물러가라 뿐이니

거짓말 하다가 거짓말이 참말인줄 알고

백성에게 참말을 하니

하늘이 찌푸려 백성의 허리가 아프고

양심에 억제 받지 않는 위대한 지도자 짐은 법이니

법을 어기는 자는 복지를 받지 못하는 나라의

복지회관에서 밥을 얻어먹는다.


출전; 포켓프레스 신문

------------------------------


[정순영 약력]

1974년 <풀과 별> 등단. 시집 <침묵보다 더 낮은 목소리> 등 8권. 부산문학상, 

봉생문화상 문학부문, 여산문학상, 현대문학100주년기념문학상, 한국시학상 등 

수상. 부산시인협회 회장,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역임


//////// 窓과 倉 /////////////////



아무리 속이려 해도 국민은 

머리위에서 지켜보고 있다


우화적 해학적 분위기와 어조를 통해서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시다.

결 고운 전통서정을 담아내던 정 시인의 밥그릇이 투박해지고 거칠어졌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반찬도 풋풋하고 생기있는 것들로 바뀌었다.

무엇이 그의 식탁(경향성)을 바뀌게 했을까?


‘짐은 곧 국가‘라 외치던 절대권력의 대명사 루이 14세,

그의 별명은 태양왕이었다.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영화 ‘왕의 춤’에서 그는

궁정 발레에서 ‘태양왕’ 역을 맡아 춤을 췄고 이때부터 태양왕으로 자처했다.

그의 눈앞에는 뵈는 게 없었다. 그의 말이 곧 법이고 국가였기에,

아무도 그를 말리지 못해 결국 스스로 멸망했다. 그가 남긴 건 훗날

프랑스 대혁명을 불러오는 계기가 되었을 뿐.

그가 죽었을 때 시민들은 영구차 뒤에다 침을 뱉었다.

 

권력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국민은 그 머리위에서 때를 지켜보고 있다.

누구보다 권력의 생리를 알고 지켜보아온 정 시인이기에 그의 시선은

날카롭다.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 같기도 한, 똘만이가 맞고 오면 패거리를

보내 줄줄이 보복하는, 조폭영화 같기도 한 현실, 미증유의 현실을

구경만하고 지내는 겁 많은 지식인들이여,

그래도 믿어야 한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진실을,

(글-청사, 시인 양심의 소리 메신저)

매거진의 이전글 지하철 오뎅 맛, 개혁보다 뜨거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