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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르바나 Apr 23. 2020

코로나의 역설-소피스트에게(제2신)

[Lylic Essay]


코로나의 역설-소피스트에게(제2신)



내 친구 소피스트sophistes, 

여기는 봄이 한창이네, 창문을 열면 동네공원 여기저기 꽃이 눈처럼 날렸지. 꽃눈, 얼마나 낭만적인가? 비현실적인 환상처럼,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지, 지금은 수수꽃다리가 보랏빛 꿈울 피우고 있다네, 서양식 이름으론 라일락이라는, 어느 쪽으로 부르든 예쁜 이름 아닌가?

그런데 나는 수수꽃다리가 더 마음에 들어, 마치 수수한 시골처녀가 떠오르고 그때 내가 떠나온 고향의 향수가 물신 풍기니 말일세.

하지만, 꽃도 꽃눈도 향수도 좋지만, 여기는 아직 전쟁 중이라네, 얼굴 없는 전쟁,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느라 모두 지쳐있다네, 



                        벚꽃 이미지


내 진정한 친구 소피스트여, 

그대 오래전, 어느 전생에 살던 아테네를 기억하나? 그때 그 배부른 프라타고라스가 한 말, “덕은 가르칠 수 있다“는, 그 때 소크라테스는 단호하게 말했지. ”가르칠 수 없다“고, 그의 반론은 만만치 않았지. 선박제조나 건축 일처럼, 전문적인 건 몰라도 정치기술은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  

내 친구 소피스트 현자(賢者)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의 반론에 동의 하는가?  생각해보게, 위대한 정치가 페리클레스라 해도 자기 아들조차 훌륭하고 덕스러운 사람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사실, 그건 분명 한계가 아닌가? 그런데 제 잘난 맛에 사는 정치인은 무슨 수로 가르칠 것인가?



                  수수꽃다리 이미지


존경하는 친구이자 스승인 소피스트여,

이제 여기 지구촌은 빛과 어둠의 두 가지 딜레마에 빠졌네, 빛이냐? 어둠이냐? 선택의 갈림길이지, 그런데 묘한 것이 깜깜한 어둠속에도 빛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 빛이, 그 작은 불씨가 살아나기만 하면 어둠은 한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신종 코로나는 분명 인류에게 어둠이고 재앙이지, 하지만 그 속에도 빛이 있다는 걸, 대부분 눈치체지 못하네, 그대 살던 그리스와 로마, 거대한 유럽문명이 허물어지고 있네, 코로나 바이러스, 그 가공할 속도와 공간 확장성은 전 인류를 위협하고 있네. 현대문명은 기껏 그 단순한 마스크 하나도 준비하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네, 

공항이 멈추고 학교가 일터가 공장이 멈추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네.

세계의 공기가 깨끗해지고 정신이 맑아졌다네, 거짓말처럼, 

코로나의 역설(逆說) 아닌가?



                  어린이의 등뼈로 만든 백(미디어)


소피스트, 변함없는 내 친구여,

또 하나, 엉뚱한 곳에 불길이 옮겨 붙었네, 동물원의 동물이 굶어 죽어간다네. 백수의 왕이란 사자가 며칠을 굶었는지 갈비뼈가 앙상한 채, 쇠창살 너머로 어슬렁거리는 장면은 참 가슴 아픈 일이네, 그들이 무슨 죄가 있나? 인간이 제 잇속 채우려 가두고 경영난을 구실로 살처분을 한다니, 심지어 작은 것을 죽여 큰 동물 먹이로 사용한다니.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그 끝은 어디인가? 친구여 말해보게, 이게 프라타고라스의 말처럼 가르친다고 될 일인가? 

친구여, 이런 뉴스 들어본 적 있나? 어린이의 등뼈로 고가의 백을 만들어 판다는 어느 미치광이 디자이너 말이네, 게다가 악어 혀로 만든 백은 없어서 못 판다니, 그런 기행(奇行)으로 돈벌이 하면서 스스로 개성의 예술가로 자처한다니, 아 견犬보다 못한 우월감이여,

(글-기청, 시인 문예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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