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 그대 어느 하늘 머무시는지. 여기 이 땅에는 붓다 오신 날, 연등이 꽃물결을 이루고 있네, 고통의 바다, 골골이 환한 연등이 뭇 중생의 마음을 밝히고 있네. 올해는 신종코로나 덕분에 행사를 한 달 뒤로 미루었지만, 법정 공휴일은 그대로네, 어린이날까지 길게 이어지는 징검다리 휴일, 모처럼 야외로 나갈 준비에 들떠있다네,
그런데 한 가지 나쁜 소식이 있네, 이리 눈부신 봄날에, 서울근교 이천 공사현장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다네.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언제나 생사의 벼랑에 내몰리는 건 힘없는 약자들이라네, 열악한 현장근로자는 파리 목숨이지, 뻔한 위험을 무릅쓰고 살기위해 목숨을 던지는 사람들,
그 시절 아테네 거리, 맨발로 가볍게 산책을 하면서 인생을 논하던 소크라테스, 그대 존경해마지않던 그가 옥중에서 사약(死藥)을 마시고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듣고 흥분하던 때를 기억하나? 그의 젊은 제자 플라톤의 충격은 대단했지. “악법도 법이다“는 그 한마디 남기고, 그의 실언?(失言)은 오늘 민주주의 장도에 최대 걸림돌이 되고 말았지? 악법은 당연히 법이 아닌. 참다운 법을 위해 맞서는 정신. 그게 민주주의 아닌가?
기원전 5세기, 그 시대 어쩌면 민주주의 꽃을 피우던 때가 아닌가? 자유롭게 토론하고 반론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거리의 철학자들, 인문과 철학, 삶과 인생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토론하고 모색하던 당당한 자유인의 모습,
과학문명 물질의 가치에 압도되어 인문학 철학이 위축되고 인본과 정신이 질식해가는 오늘, 그때가 새삼 그립지 않나? 소크라테스와 동시대에 살던 동양의 성인으로는 붓다와 공자가 있지, 후대에 나온 예수와 더불어 4대성인으로 부르지만,
그 시대, 전화나 인터넷도 없던 시대지만 동서양의 성인들은 시공간을 넘어 서로 교류하고 협력 보완하며 인류의 미래를 위해 헌신한 게 아닐까?
이를테면 성인들은 뭔가 사명을 가지고 온 메신저가 아닌가 하네. 붓다의 경우 그런 유력한 증거들을 행적 속에 남겨놓았지. 고타마 싯타르타, 그가 왜 왕자의 신분으로 태어났겠나? 당시 인도는 철저한 카스트 신분제로 인간을 묶어놓았지.
그런데 붓다는 보기 좋게 신분제를 부정하고 평등정신을 내세웠지. 붓다 스스로 왕자의 신분을 포기하고 맨발에 발우 하나, 걸식을 하며 나무 밑에서 살았지.
평등정신을 일깨우는 데는 솔선수범이 최선이 아니겠나?
말하자면 혁명가 였지, 기존의 미망(未忘)을 보기 좋게 뒤집는 심오한 지혜를 가진, 선각자였지. 그대가 항상 의문을 제기하던 “나는 누구인가?“의 ‘나’는 궁극의 실재라고 보나? 뿌리 깊은 힌두인들은 참나(아트만)가 실재한다고 믿었지. 그런데 붓다의 대답은 ‘노‘였어. 청천벽력 같은 반론 아닌가?
“형성된 모두는 변하고(諸行無常), 변하는 것은 괴로움이며((一切皆苦), 만물은 무아이고(諸法無我), 궁극이 아니다.” 이 한 문장 속에 만유의 진리가 들어있다네.
‘나’마저도 변하는 하나의 과정일 뿐 아트만이나 ‘참나‘는 없다는 것, 충격이 아닌가?
또 하나, 붓다의 선언은 눈과 귀를 번쩍 뜨게 하는, 그게 무엇인가? 누구나 붓다가 알려준 길을 가면 부처가 될 수 있다네, 놀라운 선언이지. 지금껏 수많은 수행자들이 나름대로 닦아온 비법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붓다는 전부를 내주었지. 메신저로서의 사명감 때문이었을까?
<묘법연화경> 속의 ‘불타는 집의 비유’는 유명하지. 집이 불타는 줄 모르고 아이들이 놀이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네. 부모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지. 그 때 붓다가 아이들에게 “애들아, 아주 근사한 장난감이 밖에 있다”고 외치자 다투어 밖으로 뛰쳐나와 목숨을 건졌다는 거지. ‘불타는 집’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온갖 탐욕 분노 어리석음으로 뒤덮여 불타는 줄 모르고 정신 줄을 놓은 중생들, 참 안타깝지 않은가?
이번 화재참사로 불귀의 객이 된, 죄 없는 영혼들을 위로하면서, 이 땅에 슬픔과 고통, 속박과 절망, 분노와 억울함이 없는 희망의 세상이 오기를,
붓다가 이 땅에 오신 진정한 뜻이-서로 사랑하고 같이 슬퍼하고 같이 기뻐하는 아름다운 공생의 지혜 자비가 저 허공의 연등처럼 밝게 빛나기를,
변함없는 내 친구, 그대 어느 하늘에 머물지라도---유유히 흐르는 구름, 자재로운 바람, 저 봄꽃의 여린 미소, 새벽하늘 깜빡이는 별빛 속에라도, 내 잠들지 못하는 선잠 속 꿈길에라도, 친구여 잘 있게, 그대 영원한 내 여행길의 동반자, 헤매는 낯선 길의 나침반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