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르바나 Jun 08. 2020

해탈解脫-시와 현실

시와 현실/ 가슴으로 읽는 시

///////////////////////////



해탈解脫



아침에 

발*을 살짝 열어보니

욕망먼지의 온역瘟疫*으로 세상이 소란하네.

더 촘촘한 발을 내릴까

아니 돌아앉아 산바람과 산새소리에 눈과 귀를 씻을까

돈도 쌓고 집도 쌓고 사람도 쌓던 친구가

허겁지겁 올라와

발 안의 한적閑寂*한 숨을 몰아쉬더니

기쁨도 슬픔도 한갓 바람이라며

세상의 옷자락을 벗어던지고

‘바보 친구야 고맙다’며 천진난만한 미소로 몸을 헹구네.


*해탈解脫- 굴레의 얽매임에서 벗어남.

*발- 가늘게 쪼갠 대오리나 갈대 같은 것을 실 따위로 엮어서 만든 가리개.

*온역瘟疫- 봄철에 유행하는 급성 전염병.

*한적閑寂- 한가하고 속박됨이 없어 마음에 딱 맞다.


출전/ 월간<문학공간> 2020, 5월호. 통권366호.

---------------------------

필자/ 정 순 영 시인


3줄 약력//


74년 <풀과 별>지 천료로 등단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역임. 

시집 <시는 꽃인가><침묵보다 더 낮은 목소리><사랑>외

 

///////창窓과 창創 ///////////////////


순수 서정과 현실 반영, 어느 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시의

주요 영역이다.  위의 시에서는 두 가지 요소가 적절히 배합된 것이

특징, 시적 화자의 절제된 목소리와 어투, 소재 면에서는 서정이지만

‘집’과 ‘바깥세상’(발의 안과 밖), ‘나’와 욕망의 ‘친구’가 대비적으로 

작동하면서 현실반영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다.


주요장치인 ‘발’을 통해 화자의 공간과 열린 공간(욕망의 바깥세상)을

구분 한다.   ‘온역瘟疫’(코로나 19)으로 소란스러운 세상과 화자를

분리하여 스스로 정화된 공간에 머물고자 한다.

하지만 자신의 공간이 외부로부터 물리적으로 차단된 것 이상의

정신적 고양(高揚)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의 ‘해탈‘에 이르게 할 것이다.

(글-기청, 시인 문예비평가) 

매거진의 이전글 할머니와 거머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