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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르바나 Aug 04. 2020

꼬랑지의 역습-낮과 밤이 닫히고

                                

                               월간 문학세계 8월호 280쪽 값13000 연락 chunwo@hanmail.net


꼬랑지의 역습-시인 기청


-RNA 신종 코로나 

 


마냥 자애롭던

그 모성(母性)의 너른 바다

생태의 그물 맨 아래

반란의 RNA 신종 코로나

꼬랑지의 역습인가


새들 지저귀는 노래로

훈풍에 실려오는 영혼의 목소리

달래고 감싸주던 모성, 자연의

너그러움, 그 무량의 자비가

마침내

서릿 달 비수(匕首)를 물고

등 돌리고 돌아섰나


땅과 하늘, 낮과 밤이 닫히고

너와 나, 오늘과

내일이 닫혀 시공간이

고립되었다


거만한 차이나의 거대도시,

우한이 고립되고 마침내

우환(憂患)의 공포가 뒤덮어

세상 구석구석


도시와 도시, 먼 외계 행성처럼

마음과 마음, 빗장을 닫아거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에도

걱정하지 말라는


잠꼬대 같은 소리

오만의 차이나, 눈치 살피며

빗장을 닫았다 풀었다 하는 사이,

너와 우리 마음과

마음이 닫혔다.

 

마냥 베풀기만 하던

그 자애로운 자연의 모성

마침내


생태의 그물 맨 꼭대기,

살육과 적의(敵意) 흔들어 깨우는

꼬랑지의 역습,


출전/ 《문학세계》 20. 8월호

<시인과 문예통신> (20. 2. 4)



//////// 窓과 槍 ////////////



이 작품은 처음 지난 2월 4일에 쓴 것이다. 벌써 6개월 전이다. 그리고 다시 월간 문예지(문학세계)에 활자화되어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필자의 온라인 소통 <시인과 문예통신>은 그런 순간 순간 현실의 이슈에 대해 신속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지닌다. 그와는 다르게 문예지는 기록으로 남겨, 현재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하여 상호보완적인 기능을 갖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시기였지만 팬데믹으로

발전할 줄 예상하지 못했다. 날씨가 따듯해지는 봄이 오면 주춤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있었다. 그런데 기다리던 봄이 오고, 꽃이 지고 여름이 오고, 장마와 폭우가 지루하게 이어지는 지금까지 코로나가 기세를 꺾지 않고 있다.

삶과 죽음이 일상화되고, 조금씩 감각이 둔해지고 있다. 얼마간 더 지나면 기억에서

점차 잊혀질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백신의 개발로 문제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또 업그레이드된 강력한 바이러스가 찾아올 것이다

.

필자의 <팬데믹과 문학적 성찰> (문학공간 5월호, 한미문단 20.여름호)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보다 본질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급격한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물 순환구조의 교란에 있다고 본다. 그것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훼손의 결과라 단언한다. 한마디로 생태계 파괴로 인해 마지막 야생을 침범하면서 야생생명의 이주가 시작된 때문이다. 야생의 역습은 인간의 무분별한 탐욕의 과보라는 엄연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개발, 확장, 속도에만 의존하던 것에서 생태주의 인본주의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해 보인다.


자연은 끊임없이 베푸는 자애로운 ‘모성’이지만, 인간은 반대로 그칠 줄 모르는 탐욕 때문에 충돌을 자초한다.  ‘생태 그물‘의 맨 꼭대기에서 자행되는 ’살육과 적의(敵意)‘라는 비윤리(원인)가 생태계 가장 아래층(꼬랑지), 바이러스의 역습(결과)을 불러오는 것은 분명,

인류의 잘못된 선택에서 오는 현대문명의 아이러니가 아닌가?

(글, 기청 시인 문예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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