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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르바나 Feb 09. 2021

설날 시, 눈조차 녹지않는 시대의 봄

[Social Essay]


이판사판 야바위판 세상


▶새해 들어 뭔가 변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다시 허탈에 빠진다. 그 순진한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곧 깨닫게 되니. “검찰 간부인사 휴일 전격 단행”, 아니 얼마나 다급하면 하필 휴일에? 기자들 눈초리가 그렇게 무서웠나?

‘설마‘하던 변화는 ’역시나’로 돌변하고 말았다. 억지로 무법부? 수장자리를 차지한

박 신임장관은 윤 총장을 이례적?으로 두 번 씩이나 만나며 뭔가 전임 추와는 다른 것처럼 연막을 피웠다. 그 결과는 ‘추 방패게임 시즌2‘라는 사실, 역시 청의 방패3에 다름 아니었다. 법대로 했다고? 총장 의견을 들어라했지 협의하라는 것은 아니라고.

윤총장 징계에 혁혁한 공을 세운 심 아무개는 도리어 남부 지청장으로 영전?하고

총장의 지휘도 거부, 내부의 비난에도 묵묵부답, 추심 청심의 수호자노릇을 한 공로로 그 자리에 다시 말뚝을 박았다니, 앞으로 전개될 ‘추 방패게임 시즌2’가 불 보듯 훤히 보이거니.

추 방패게임 시즌2


▶김명수 대법원장 ‘거짓말 현상’을 보는 표심은 냉냉하다. 자리가 뭐라고. 자리보전을 위해 후배들에게 보여서는 안 될 부끄러운 가면 속 민낯을 보이고도, 그래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오랜 법관생활 속에서 굳은 특유의 능청인가?

법의 명수 아닌 거짓말의 명수 아니냐?는 풍자 섞인 비난에도 묵묵부답, 항의차 방문한 야의원들은 기막힌 대응에 어이가 없어 바닥에 주저앉았다. 철망과 인의 장막 뒤에 숨은 대법원장, 세계 토픽감이다. 후배를 탄핵이라는 희생양으로 바치며 권력에 부여받은 사명을 다하려는 그의 ‘눈물겨운’ 충성심에 혀를 내두른다.

그러고도 삼권분립을 말할, 법관 후배를 지휘하고, 거짓말하는 피고인에게 “양심에 따라 진실을 말하라”며 법의 정의를 들먹일 자격이 있는가?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것이 답이다. 언제까지 자리를 보전하며 묵묵부답으로 눈치나 살필 것인가?

권력의 문어다리, 대법원장


▶ 민족 명절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코비드 19 재난 속에 여전히 불안한 일상, 서민들은 명절이 무섭다고 말한다. 그나마 고향 길마저 막혔으니 어디 위로받을 곳도 없다. 예년 같으면 도심 주변의 전통시장이 들썩일 대목인데도 텅 빈 시장바닥이 얼씨년스럽다고. 모처럼 전통시장에라도 가면 사람 사는 분위기를 느낀다. 엿장수 풍물장수 약장수-아직 명맥을 잇는 악극단의 구수한 재담과 흘러간 옛노래가 향수를 자극한다. 장마당에 단골은 야바위꾼, 알면서도 속아주는 구경꾼이나 뻔한 눈속임으로 푼돈을 낚아채는 야바위꾼은 그래도 미워할 수만 없는 오락을 베풀었다.


도시계획 전공자를 문화부 장관에?

▶이글을 쓰는 동안 황희 문화부장관 지명자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회자되고 있다. 한 달 생활비 60만원 신고했는데 자식 유학비가 얼마느니, 회기 중에 병가 내고 스페인 가족여행--이런 기행(奇行)도 문제지만 그보다 도시계획 전공한 자를 왠 문화부장관? 문화예술을 코미디로 보는지. 코드 맞추느라 끼리끼리 그 품격이 볼만하다. 요즘 정치마당의 야바위꾼들은 어떤가. 철저히 이념으로 무장한 방패 역이다. 개혁이라는 포장을 하고 다수당의 우위를 내세워 정당화한다. 겉으론 정의 평등으로 포장하지만 그 실상은 권력의 입맛에 맞게 바꾼다는 것이다. 개혁이라 쓰고 입맛이라 읽는다. 개혁이라는 붕어빵에 진실의 붕어는 없다. 주권자들이여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 줄을 놓지 않아야 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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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오늘, 이 한편의 시]에는 불확실성의 오늘이라는 무대, 누군가의 거짓사랑을 진실처럼 꾸미면서도 ‘시대의 봄‘을 기다리는 새해의 시를 소개한다.

이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비록 어려움 속에서 맞는 명절 설날이지만 자신만의 작은 꿈 하나 키워 가는 편안한 연휴 되시길 바라면서--

(글-靑史, 시인 문예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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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한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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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지 않은 새해의 시 2 / 이동순




    

한 해가 갔다


연극의 한 토막이 끝났을 때처럼


막간엔 잠시 불이 들어오고


어둠 속에서 갑자기 눈부신 우리들은


한 치 앞을 못보는 청맹이 되어서도


보이지 않는 앞을 줄창 바라보면서


어디선가 제야의 종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



주위의 사물들이 은은히 밝아올 무렵


다시 불은 꺼지고


끝없는 암담한 우리들의 눈앞에서


새해의 막은 소리없이 올라갔다



아니 팡파르가 요란하게 들린 것도 같았다


무대 위에선 낯익은 배우들이


인간의 거짓사랑을 진실처럼 꾸미기 시작했고


그의 머리위에는 스치로폴을 부수어 만든


그해의 첫눈이 축복처럼 쏟아졌다



배우들이 자리를 옮겨 다닐적마다


내려도 녹지 않는 화학제품의 그 눈들은


짜증스럽게 따라가서 펑펑 퍼부었다



그날 밤 관객들은 집으로 돌아가며


눈조차 녹지 않는 시대의 봄이


그 언제쯤일까를 곰곰히 생각했다.


지금쯤 도오랑을 대충 지우고


막 잠자리에 든 배우들의 중얼거리는 잠속에도


피곤한 눈은 내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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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동순 약력

경북대 동대학원 졸업,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1973), 문학평론(1989) 당선.

영남대 명예교수 시집으로 <개밥풀><물의 노래><좀비에 관한 연구> 등 18권 발간. 신동엽문학상, , 시와시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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