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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르바나 May 13. 2021

유형지로부터의 엽서-4

-눈이 내린다    시와 현실 23


[시와 현실]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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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지로부터의 엽서-4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이 땅에 사는 착한 사람들

오늘만은 괴로워하지 말라고

오늘만은 서러워하지 말라고

눈이 내린다

지난여름 쏟아내지 못한

절규를 가슴 깊이 묻어두고

소리 없이 눈이 내린다


어처구니없는 사람들과

어처구니없는 세상을 살면서

지난여름 내내

어째서 자유의 절실한 그리움마저

외치지 못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아직껏 내뱉지 못한 외침 때문에

멍들어버린 가슴

온 누리에 흰 눈 펑펑 내리면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착한 사람들도

들판에 홀로 서있는 눈사람처럼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건가


못 다한 절규를 가슴깊이 묻어두고

착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을에

눈이 내린다

오늘만은 모든 것 잊어버리라고

오늘만은 아파하지 말라고

눈이 내린다.


*출전; 주광일 제2시집 <유형지로 부터의 엽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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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약력/ 시인(원로 법조인) 주광일


인천 출생, 경기고 서울대법대 대학원(법학박사)

고등검찰청 검사장 등 고위공직 역임, 변호사(현)

시집 <저녁노을 속의 종소리>(92) 출간


///////////////// 窓과 倉 ///////////////



우리는 지금 어디쯤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가?

우리가 지금까지 믿었던 신념 가치체계가 붕괴된 공허의 낯선 지점에 서있다.

처음부터 모순에서 출발한 정권, 그 모순의 연쇄로 이어온 불가사의(不可思議)의 권력이 마침내 에필로그를 맞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아도취 자화자찬에 빠져 무지의 연못을 허우적거린다. 인내의 한계에 도달한 원로법조인이 시인의 이름으로, 깨어있는 지성의 이름으로 필봉(筆鋒)을 빼어들었다. 그는 정의와 양심, 자유와 민주 법치가 무너진 이 땅을 ‘유형지’(流刑地)라 불렀다. 빛이 사라진, 어둠과 절망의 땅에서 간절한 기원으로 띄우는 ‘희망의 엽서’인 것이다.

시 <유형지로부터의 엽서>는 ‘착한 사람’과 ‘어처구니없는 사람’ 선 불선의 대립구조로 되어있다. 이 대립의 완충은 ‘흰 눈’이다. 선 지향은 양심 때문에 괴로워하고 슬퍼한다. 그것은 ‘내뱉지 못한 외침‘이고 ’절규‘인 것이다. ’눈‘은 위로와 평화 혹은 정화로 ’선한 사람’을 위한 축복인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사람’들의 세상은 눈이 없는, 반성과 성찰 희망이 없는 유형지의 세상이다.

이런 단순 명료한 대립구조를 통해 현실의 부조리와 모순을, 준엄하게 꾸짖는 것이다. 

<글 氣淸, 시인 문예비평가>


--주광일 시집 <유형지로부터의 엽서>---------------------------------------------  

   

원로 법조인, ‘文정부 비판’ 시집 발간 눈길  

 -주광일 시인, ‘유형지로부터의 엽서’ 출간                                                                      

           


김대중 정부 시절 장관급 고위 공직을 지낸 원로 법조인이 현 정부를 비판하는

시집을 발간해 주목받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주광일(78ㆍ사시 5회ㆍ사진) 법무법인 두우 고문변호사는 최근 연작시 80편을 수록한 ‘유형지로부터의 엽서’(한강 펴냄)를 출간했다.이 땅의 현실을 ‘유형지(流刑地)’로 표현한 주 변호사는 현 상황을 조지 오웰이 러시아 혁명을 바탕으로 쓴 풍자소설 ‘동물농장’에 비유하며 정부를 상대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30번째 시에서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은/ 오랜 세월 진리라고 믿어 왔던/ 신념들이 통째로 흔들리는 일이다”라고 고백한 주 변호사는 마지막 시에서는 “소망탑을 한 바퀴 돌면서 오로지 ‘이 땅에 자유가 지켜지도록 도와주소서’라고 기도하였다며

작금의 현실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미디어 기사에서>


▶모천으로 회귀한 연어의 은빛 비늘-이것이 주광일의 시집 <유형지로부터의 엽서>를 받은 나의 첫소감이다.

그는 법조인으로 세속의 바다, 거센 물결을 헤치고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어떤 사나운 파도도 그의 이성을 부수지 못했고 어떤 물거품도 그의 감성과 열정을 꺼뜨리지 못했다.

그러기에 그는 칼과 법전을 시집과 붓으로 녹여 다시 고교시절 품었던 시와 젊음을 재활했다.한마디로 떠나온 모천으로 돌아온 것이다. 국어교사로서 그를 만났던 그 자리에서 나는 다시 그의 젊음과 총기를 만난다.그리고 처음만난 그때처럼 얼음속에서 불타는 불꽃의 특이한 언어를 발견한다. 

  <고교 은사인 이어령 서문에서>


▶주광일은 애국 서정시인 이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법치로 수호하기 위해서 법학을 공부하여 율사(律師)가 되었다. 파란 하늘빛처럼 해맑은 정신과 마음이어야만이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시안(詩眼)을 가질 수 있기에 소년시절부터 시인의 마음을 연금해온 시인이다.

주광일 시인의 시를 대하면 저절로 대한민국 애국가를 흥얼거리게 된다. 그리고 옷깃을 여민다. 그의 시에서는 애국가에 서려있는 충절의 빛살이 가슴에 자라기 때문이다. 어쩌면 일제 강점기의 윤동주 시인에 대한 경험때문인지 주광일 시인의 시대적 현실인식과 공간적 현상에 대한 심상(心象)은 낯설지 않다.

주광일 시인의 시는 조국과 민족에 대한 진정한사랑이 흘리는 맑은 눈물이다. 자유를 노래할 자유의 광장에서 무릎 꿇고 하느딤께 간구하는 희망의 노래다.

-<정순영, 시인 전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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