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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르바나 Jul 20. 2021

빛나는 詩의 饗宴[한국시학] 21 여름호


[문예21 REVIEW]


[한국시학] 21 여름호(통권 58호) 출간


팬데믹의 여름 식히는 문학의 오아시스

빛나는 詩의 饗宴, 지친 영혼 일깨워

  

          

                              계간 <한국시학> 21 여름호 306쪽, 한국시학사  hgsh33@hanmail.net

 

계간 시 전문지 [한국시학] 21 여름호가 나왔다. 시원한 편집과 알찬 구성이 돋보인다. 심플하고 감각적인 편집은 여백의 미를 살리고 읽는 여유와 행간의 숨은 의미까지 살아나게 한다.

팬데믹 4차 대유행으로 암울한 먹구름이 뒤덮은 오늘, 한 줄의 시가 마음의 평화와 위로를 줄 수 있다면 축복이다. 

자연재난과 뿌리 깊은 사회적 갈등으로 지치고 힘든 우리의 현실, 이 시대의 영혼을 일깨우는 문학이라서 더욱 값진 것이다.  원로 언론인 출신 임병호 시인이 발행 편집인을 맡고 임애월 시인이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여느 상업적 문예지와 어깨를 겨루어도 손색이 없다.


이번호에는 다채로운 기획물이 보인다. <나의 삶 나의 문학>에 정연덕 시인. <한국시학이 주목하는 이 계절의 시인>에 배우식 시인, 윤석산 교수의 <시 창작 강의실> 이승하 시인의 <한국시학 소시집>이 눈여겨 볼만하다.

<이 계절의 시 1>에는 시단의 원로 중진 시인의, 각 2편씩 신작이 소개되어 신선한 느낌을 준다. 지금 처한 우리의 현실이 작품 속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가?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은 의미 있는 감상법이 될 것이다.

강계순 유안진 이해인 김준호 조창환 허형만 기청 김송배 정수자 강정화 조명제 등 비중 있는 시인들의 신작이 무게감을 더해준다.

그 외 회원 작품 공간인 <이 계절의 시2>와 <시집 집중읽기>에 임애월 시인의 구향순 시집 [바람의 견인]과 정성수 시인 평론가의 <지난 계절의 시 읽기>등 예리한 평설이 실려있다.

들끓는 팬데믹의 여름을 식히고 우울과 불안을 날려줄 시의 향연, 영혼의 오아시스가 독자를 기다린다.

(글-청사, 시인 문예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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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학] 21 여름호의 시편들//

<이 계절의 시1>에서 다섯 편 //////////




1) 시 한편



그늘진 곳에서 울고 있던 그대 마음

오늘은 이 땅에

비가 되어 흐른다

한 줌 흙속에 문 닫고 읹아

살이란 살 모두 녹아내리고

불명의 넋도 녹아내리고

오 척 단구의 관 위에 소리 내며 박히던

대못 소리도 녹아내리고

마침내 하늘도 주저앉아 물이 되어 흐르는

작막한 땅 깊은 골에서

오랜 세월 누워서 소리 내지도 못하던

그대 마음 오늘은 오래오래

이 땅 적시며

비가 되어 흐른다.


-강계순 시인의 <비 오는 날>전문



2) 시 두 편



눈 덮인 빈 터를 걸어면서 봄을 빌어본다

그립고 애처롭고 애잔해서 눈물겨운 것들마다

차가운 눈 이불 속에 선잠 들었으리


내 발자국 소리마다 음표로 찍혀서

새싹 새꽃 새 이파리가

고물고물 길다란 샛길을 따라

외할머니의 슬픈 동요처럼 돋아피거라

네 모양 네 빛깔 네 목소리대로.


-유안진 시인의 <음표를 찍으며> 전문



3) 시 세 편





누가 무얼 물으면 답해주고

웃으면 같이 웃어주고

온전히는 아니어도

적당히 대화를 나눌 수 있길

원합니다


병명 없는 통증도 순하게

받아 안을 테니

오랜 세월 길들여 온

일상의 질서가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을 만큼

딱 그만큼의 건강과 자유만

선물로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 동안 내내

남을 위해서만 기도했으니

오늘은 좀 이기적인 기도를

바쳐도 되는 거지요? 하느님


-이해인 시인의 <이기적인 기도> 후반부에서



4) 시 네 편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팬데믹 사라지고, 거리두기 필요 없는

이 길고 음울한 역병이 없어지는 그날이

금년이든 내년이면 와주기만 할양이면

갑갑하고 지긋지긋한 마스크 벗어버리고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맨 앞자리에 앉아

허공으로 뛰어오르는 발레리나 구경 가야지

음악회도 가야지, 야구장도 가야지

사람답게 문명인답게 여한 없이 살아봐야지

즐겁고 행복하게 누릴 것 누려야지


-조창환 시인의 <그 날이 오면>전반부에서




5) 시 다섯 편



유폐된 파라오의 무던

그날 빛나던 황금의 시간

다 어디로 가고


비바람에 깎인 피라미드 위

선명한 레이저의

가슴 서늘한 푸른색 글귀


-집에 머물라 안전히 머물라 우리를

지켜주는 이들에게 감사를-


출입금지 구역 너머

어슬렁거리는 외로운 들개

어른어른 오브 랩 되는 것은

우리 부끄러운

문명의 자화상(自畵像)


-기청 시인의 <팬데믹의 시간>전반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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