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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르바나 Aug 02. 2021

로마는 아직 불타고 있는가-유령벽화

-시와 오늘 25


[시와 오늘] 25

/////////////////


유령 벽화



로마는 지금 불타고 있는가?

능청스런 네로의 말처럼 분노는

불길이 되고 타오르는

불길은 결국

그 자신을 불태우듯


정치 일 번지 종로에 느닷없는

유령 벽화가 떳다

표현의 자유라지만

그의 교활한 머릿속에서 태어난

가상(假想)의 여인 쥴리는

영문도 모른 채

기막히고 서글프다


국모(國母)를 넘본다는 죄목으로

발가벗겨진 여인

아무리 표현의 자유라지만

애써 자신은

친문(親文)이 아니라지만


지나가는 길고양이가 웃고

키득키득

심정적 동조자들 침묵하는

그들까지

아직

로마는 불타고 있는가?


어느 날 누군가가

검은 페인트로 벽화를 지운다

그도

‘표현의 자유’라며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시뻘건

흔적 지우려 하지만


벽화는 불길 속 되살아 나와

분화구 같은 입을 떡 벌리고

맨 처음

불을 지핀 자

그와 침묵의 그들,


마침내

하얗게 태우고 태운다

죽은 양심을 이성을, 마지막 남은

인간의 허울마저,



*출전/ 실시간 미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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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약력]


기 청  (시인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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