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 포켓프레스 신문
--------------------------------
경남 하동 출생. 시집: <시는 꽃인가>(1976), <꽃이고 싶은 단장>(1976),
<조선 징소리>(1981), <사랑>(2014), <4인시(조병기, 허형만, 임병호 공저)> 등.
한국현대시인협회 의장, 한국자유문인협회 회장,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동명대학교 총장,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역임.
-----------------------------------------------------
현대시문학의 편집고문이신 기청 시인(비평가)의 산문집 <불멸의 새>
발간을 알려드립니다.
이 땅의 시인으로 비평가로 꿋꿋하게 살아온 등단 45년을 기념하는
문집 입니다. 이 한 권의 산문집을 통해 저자가 지향하는 자유와 열린
세계로의 탐험에 동참해보시길 바랍니다.
-현대시문학사 양하 주간
기청 시인 산문집 불멸의 새/ 칼라판 304쪽 현대시문학 발간
교보문고 바로가기/ 불멸의 새 검색 - 인터넷교보문고 (kyobobook.co.kr)
(책 소개와 저자 약력, 목차와 머리말 책값 책속으로는 <미리보기>를 클릭하기)
종이책/ 전자책 중 선택하기
////////////////////////////////////////////////////////
문학공간 22. 3월로 원고
---------------------------
------------------------------
기청 (시인 문예비평가)
詩가 있는 산문 11 / 무지개를 사랑한 걸(허영자)
허영자 시인의 시 경향은 흔히 “여성적 동양적인 그윽하고 섬세한 필력”이나
“강렬한 생명력의 인간애와 순수서정”으로 표현된다. 허 시인은 1962년 현대문학지에 ‘사모곡’이, 박목월에 의해 추천완료 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이듬해 김후란 시인 등과 한국최초로 여성시인들의 순수시 동인 ‘청미회(靑眉會)’를 조직, 의욕적으로 참여하고 첫 동인지 ‘돌과 사랑’ 1집을 낸 뒤 이름을 바꿔 ‘청미’로 발행했다.
‘청미’는 ‘푸른 아미’로 젊은 여성을 상징한다. 그 시절 푸르고 당차던 시의 여전사들은 이제 80대의 원숙한 원로가 되었다. 평생을 시와 문학으로 갈고 닦던 탁마(琢磨)의 달인은 시간을 비껴온 듯 아직 현역의 고삐를 다잡고 있다.
등단 이후 수필과 시조 등 장르의 확장을 꾀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왕성한 작품 활동의 결과 첫 시집 ‘가슴엔 듯 눈엔 듯’(1966)을 시작으로 ‘조용한 슬픔’(1990), ‘기타를 치는 집시의 노래’(1995)등 시집과 수필집 ‘사랑과 추억의 불꽃’(1986), ‘말의 향기’(1988), 시조집 ‘어머니의 기도’등을 펴냈다.
<사람은 누구나 / 그 마음속에 / 얼음과 눈보라를 지니고 있다 //
못다 이룬 한의 서러움이 / 응어리져 얼어붙고 / 마침내 마서져 푸슬푸슬 흩내리는 / 얼음과 눈보라의 겨울을 지니고 있다 // 그러기에 / 사람은 누구나 / 타오르는 불꽃을 꿈꾼다// 목숨의 심지에 기름이 끓는 / 황홀한 도취와 투신 / 기나긴 불운의 밤을 밝힐 정답고 눈물겨운 주홍빛 불꽃을 꿈꾼다.
-<얼음과 불꽃>전문
시 <얼음과 불꽃>은 수평적 인식구조로 삶에 대한 성찰과 극복을 노래한 것이다.
수평적 인식은 스토리가 있는 삶이다. 시간과 공간 축을 무대로 생멸(生滅)과 윤회가 이루어진다. 현상의 대립구조를 바탕으로 기억 속의 ‘얼음’(냉감-부정적 요소)과 ‘불꽃’(열감-긍정적 의지)의 실체를 성찰하여 이를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마음속 ‘얼음’ ‘눈보라‘ ’겨울‘은 ’못다 이룬 한‘이다. 그것은 내면(이드-무의식)에서 콤플렉스가 되어 에고(현실적 자아)를 더욱 강화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성찰을 통해 ‘불꽃’(열정-극복의지)에 대한 열망으로 마음 속 얼음을 녹여내는 것이다. 그것은 슈퍼에고(이상추구)로 이어지고, 허 시인의 시 창작의 원동력이 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무지개를 사랑한 걸
후회하지 말자
풀잎에 맺힌 이슬
땅바닥을 기는 개미
그런 미물을 사랑한 걸
결코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 덧없음
그 사소함
그 하잘 것 없음이
그때 사랑하던 때에
순금보다 값지고
영원보다 길었던 걸 새겨두자
눈 멀었던 그 시간
이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기쁨이며 어여쁨이었던 걸
길이 길이 마음에 새겨두자.
-<무지개를 사랑한 걸> 전문
출전; 허영자 시집에서
---------------------------
경남 함양에서 출생했으며 숙명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성신여대 인문대
국문과 교수와 명예교수 지냄..
1962년 박목월 추천 현대문학, 주요 작품으로 〈가을 어느 날〉,〈꽃〉,〈자수〉 등이 있으며
주요 시집으로 《가슴엔 듯 눈엔 듯》,《어여쁨이야 어찌 꽃뿐이랴》,《그 어둠과 빛의 사랑》
등이 있으며, 수필집으로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면》 등이 있다.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지냈으며 한국시인협회상, 월탄문학상,목 월문학상, 녹조근정훈장 등을 수상했다.
-----------------------------------------
시 <얼음과 불꽃>이 수평적 인식구조를 보이는데 비해 <무지개를 사랑한 걸>에서는 수직적 인식 구조가 드러나는 작품이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에 의하면 인간은 ‘내던져진 존재’라고 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고 죽어가는 존재의 유한성과 허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이데거의 수직적 인식은 내면의 사유와 바깥의 자연에 대한 명상을 통해 근원(영성)에 이르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허영자 시인의 관점은 작은 미물에서 무지개까지, 섬세하고 다양하다. 그 지향점은 순수와 동경이다. 시적 화자는 자신의 다짐이나 결의를 나타내는 ‘-말자‘청유형 어미의 반복을 통해 소신의 확고함을 강조한다.
가치관이 형성되던 시기, 청소년기에 바라보는 주변에 대한 다양한 호기심과 이상(무지개)의 추구는 그의 시가 지향하는 세계(순수와 동경)의 토대임을 말해준다.
특히 <그 덧없음/ 그 사소/ 그 하잘 것 없음/ 그때 사랑하던 때에/ 순금보다 값지고
영원보다 길었던 걸 새겨두자//>에서 그의 철학적 세계관을 읽을 수 있다.
“덧없고 사소하고 하잘 것 없는” ‘미물’ ‘이슬’ ‘개미’를 ‘금’보다 높게 평가한다.
그것은 생동하는 생명성을, 세속적 물질의 가치와는 비교불가의 고귀함 존귀함 유일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덧없음’의 무상(無常)이란 시간성조차도 ‘영원 보다 긴’ 초월(超越)의지로, 본성에 이르고자하는 것이다.
현상에서 ‘영원보다 긴’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에서는 가능한 시적 허용으로 본다. 그만큼 ‘길게 느껴지는’ 주관적 인식으로 이해된다.
허영자 시인의 시법(詩法)은 이런 수평적 수직적 인식방법을 통해 현상을 성찰하고 극복하고 시로 승화시키는 혜안을 지녔다. 현상에서 비록 보잘것없는 (수평적 인식) 미물 무정물이라 해도 수직적 안목(영성)으로 바라보면 모두 귀하고 소중한 것이 된다. 자연과 인간을 포괄하는 범존재론적 사랑이야말로 시와 종교가 추구하는 이상이 아닌가.
젊은 날, 모두가 성취를 위해 앞만 보고 뛰고 달리는 흐름 속에서, 자연을 명상하고 존재의 참의미를 풀어내는 탐구정신은 무엇보다 귀하고 값진 것이다.
이것이 오늘의 허영자 시인을 시인으로 우뚝 서게 만든 원동력인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