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슈 칼럼

무관심에 길들여진 장식의 예술

-시론 북어(최승호)

by 니르바나

[이 한편의 시]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W B 예이츠

(The Coming of Wisdom with Time)


이파리는 많아도, 뿌리는 하나;

내 젊음의 거짓된 나날 동안

햇빛 속에서 잎과 꽃들을 마구 흔들었지만;

이제 나는 진실을 찾아 시들어가리


(Though leaves are many, the root is one;

Through all the lying days of my youth

I swayed my leaves and flowers in the sun;

Now I may wither into the truth.)


시인 W B 예이츠 약력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1865-1939)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 시인 극작가

1889첫 시집 《오이진의 방랑기 》 출간.

1892 시극 《캐서린 백작부인 Countess Kathleen》

1897시집 《비밀의 장미 The Secret Rose》 출간.

1899시집 《갈대숲의 바람 》으로 왕립아카데미상 수여.

1923 아일랜드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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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론]


무관심에 길들여진 장식의 예술

-문화예술, 왜 독립부처 인가?



기 청 (시인 문예비평가)

새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부처 조정 작업은 첫 단추가 된다. 정권의 성패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다른 정부와의 차별성, 혁신의지와 함께 그 정권의 아젠다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과정이다. 제시한 공약 실현과 5년간의 정책수행을 어떻게 배분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문화예술관광부의 존재감은 늘 미미하거나 소외되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무관심에 길들여진 장식(裝飾)의 부처로 남았다. 그러니 문화예술정책은 소외되고 역시 장식의 예술로 밀려나 있었다.

그 원인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된다. 파이를 어떻게 많이 차지할 것인가? 그러다보니 경제 과학 개발 확장 중심의 정책이 우선이다. 물론 파이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결과가 가져온 부작용이 다시 사회와 개인에게 돌아온다. 차별과 소외, 인간성 상실, 자연의 황폐화가 돌아온 선물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19 팬데믹의 근본원인이 무엇인가? 단순히, 우연에 의한 세균의 확산현상으로 치부할 것인가? 끝없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경고라 말한다면 애써 부인할지 모른다. 우리가 신주처럼 신봉하던 과학문명이 얼마나 우리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 주던가?

이성적인 사람들은 말한다. 물질과 정신, 두 개의 수레바퀴가 돌아야 사회가 안정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어떤가? 한 개의 축이 고장 난 절름발이의 사회, 정치판은 국가보다 집단이기주의의 투쟁판이 되었다. 산업현장은 노사 간 뿌리 깊은 불신으로 목숨을 건 투쟁이 그칠 줄 모른다. 교육현장은 이념의 실험장이 되고 개인은 절망과 소외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고장난 정신의 축을 복구해야한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은 머나먼 깃발로 나부끼고 텅 빈 허울뿐인 엥겔지수가 목을 짓누른다. 다른 한축인 정신영역의 문화예술은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 위로와 인간성 회복을 도와주는 치유(治癒)의 마법사가 되어준다. 더욱이 창작예술은 예술가의 자기성찰에서 출발하기에 선을 지향하고 자타불이(自他不二) 정신을 북돋운다. 인간본성을 일깨우고 과도한 욕망의 고삐를 조절하는 절제를 통해 인간다움과 삶의 질을 고양시킨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만찬사에서 윤대통령은 아일랜드 출신 예이츠의 시 ‘오래된 친구’를 인용하여 공감의 폭을 넓혔다. 바이든 역시 자신의 취임식에 무명의 젊은 흑인 여성에게 시를 낭송하게 했다. 국민을 향해 새로운 시작의 참신함과 차별성을 부각시킨 것이다.

시는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을 촉진하고 공감을 확산시킨다. 이것이 예술의 힘이다.

이런 참신성의 기대감을 새 정부의 조직개편에도 적용하면 어떨까 한다.

사실 정부 부처 중에도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름처럼 복잡하고 이질적인 요소의 집합체다. 새로운 예술정책이 나오려면 과정이 너무 길고 복잡하여 효율성이 떨어진다.


장관아래 제1차관 소속 예술정책관 아래 예술정책과 소관이다. 이런 실무책임의 행정가 한 사람의 손에 국가의 예술정책이 달려있다. 의사결정 과정이 너무 첩첩산중

복잡한데다 전문가 예술인의 참여가 한정적 형식적이다.

그래서 문화예술을 전담할 독립부처의 설치가 필요한 이유다. 한 사람의 행정가 손에 맡길 일이 아니다. 정책수립 과정에 전문가 예술인의 상설 참여와 독자 예산권 확보가 관건이다. 목표는 분명하다. 한국문화예술의 위상을 높이고 진정한 예술 진흥을 통해 세계의 도전과 다가올 미래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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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리뷰] 문학공간 22. 5월호 원고


詩가 있는 산문 13 / 북어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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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청 (시인 문예비평가)




오월은 생명의 계절, 주검에서 깨어난 대지가 저마다 축제를 벌인다. 오월은 맑은 하늘처럼 청정하다. 그런데 인간은 어떤가? 문명이 발달 할수록 세상은 오염되어간다. 자연의 오염 뿐 아니라 인간의 양심도 점점 부패해지고 무기력해진다.

최승호 시인은 환경운동가로서 지켜본 자연의 오염과 이에 상응하는 인간 정신의 황폐화를 시로 담아내었다.


최승호 시인은 77년 <현대시학>에 시 <비발디>등을 통해 문단활동을 시작 하였다.

80년대 활발했던 시의 경향으로 민중시 해체시 도시파를 들 수 있다. 최 시인은 이른바 도시파 경향의 시를 쓰면서 현대문명의 폭력성과 인간성 상실이라는 명제에 천착했다

.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 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둣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 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시<대설주의보>중에서


이 작품은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시집의 표제 시 이기도 하다. ’눈보라‘는 표면적으로 위협적인 자연의 힘이면서 문명의 폭력성을 경고하는 중의성을 띄고 있다. 이 시가 씌어진 80년대라는 시대상과 지나치게 결부시키는 것은 무리다.. ‘눈보라 군단’을 폭압적인 군사독재 권력으로, ‘눈보라’를 백색 계엄령으로 ‘굴뚝새’를 억압당하는 민중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너무 작위적하다. 그보다는 성난 자연의 위력과 나약한 존재자로서의 인간의 각성을 촉구하는 의미가 더 강한 것이다.

최승호 시의 진면목을 읽을 수 있는 다음 작품을 살펴보기로 한다.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부끄러움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일상의 사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함.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북어> 전문


*출전; 시집 『코뿔소는 죽지 않는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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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약력/ 최승호


강원도 춘천 출생. 춘천교육대학 졸업. 강원도 사북 등지에서 초등학교 교사 재직 1977년 현대시학에 <비발디> 등의 시를 추천받았다. 1982년에 <대설주의보>외 48편의 시로 세계의 문학 제정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1983년 첫 시집 《대설주의보》를 민음사에서 출간 1985년 두 번째 시집 《고슴도치의 마을》을 출간, 제5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1987년 세 번째 시집 《진흙소를 타고》출간1990년 《세속도시의 즐거움 출간, 제2회 ‘이산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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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의 입을 통해 시대의 각성 촉구

후안무치, 침묵의 위선은 유류상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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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라는 독특한 식재료 소재를 통해, 북어의 입을 빌려 시인은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북어는 죽어있는 한갓 사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북어는 살아서 오히려 인간을 향해 야유하고 꾸짖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이 시의 구조는 대상을 먼저 설명하고 그 심층의미를 밝히는 자문자답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서두 부분에서 시간-밤, 공간-가게라는 배경을 제시한 후, 꼬챙이에 꿰인 북어의 상황제시 순이다. 그 다음에 시인의 의도가 분명해진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여기서 키워드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이다. 죽음의 의미가 함축적이다. 살아 있는 자의 죽음으로 확대된다.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자, 불의에 눈 감는 자는 죽은 북어에 다름 아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한 번 더 강조 한다. 점층적이다. 살아서 ‘말의 변비증을 앓는 자’(침묵하는 자)와 ‘무덤 속 벙어리‘(죽은 자)‘는 동격이다. 현실에서 보는 허다한 침묵-권력의 횡포, 억압받는 약자의 분노에도 침묵하는 자들, 이들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경고의 메시지다.


결미부분에서 마치 무대 위의 상황극처럼 그로데스크한 장면이 연출된다. 침묵하던 마른 북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이 절규와 같은 말이 중심 메시지다.

최승호 시인의 다른 시 <방부제가 썩는 나라>의 전문은 단 두 줄이다.

“모든 게 다 썩어도/ 뻔뻔한 얼굴은 썩지 않는다”


단 두 줄 속에 우리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다 녹아있다. 함축의 범위가 넓다는 것이 강점이지만 동시에 앵글의 초점이 잡히지 않는 약점도 가진다. 여기에서 ‘뻔뻔한 얼굴’이 핵심어다. 그 공통의 속성은 썩지 않는다는 것, 방부제보다 더 강도가 높다는 것이다.

“냄새나는 그 물컹물컹한 덩어리를/ 나는 청평호에서 본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은 그 덩어리들이 불어나면서/ 대청호가 거대한 시궁창으로 변하는 것을/ 악취 속에서 지켜봤다고 한다// 이 괴물체는/ (누구라고 밝히지 않겠으나)/ 부패한 누군가가 우리에게 안겨준 것이다/ 중음의 냄새 나는 중음신들처럼/ 참을 수 없는 악취를 풍기고 있는 괴물// 도처에서 점점 불어나는 이 물컹한 괴물들과/ 둥둥 떠다니는 괴물들의 사체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부패한 그놈은 오늘도 흐물흐물 웃고 있다”(‘큰빗이끼벌레는 그놈의 아바타다’)


우리 시대의 부패하고 ‘뻔뻔한 얼굴’은 누구인가? 넘치도록 많은 탓에 오히려 그들이 당당하다. ‘내로남불‘이란 가면을 쓰고 때로는 집단의 무기를 활용한다. 문제는 자신이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사실 조차 까마득 잊고 목소리를 높힌다.

‘죽어서’ 침묵하는 북어나 ‘살아서’ 침묵하는 북어나 다를 게 없다. 뻔뻔스러움의 위선과 침묵의 위선은 유류상종이다.


부패는 자연과 인간을 포함하고 인간은 정신을 포함한다. 그 중에서 인간 정신의 부패야말로 가장 강력한 독성을 지니는 것이다. 환경운동가로서의 최승호 시인이 담당해야할 역할은 하나다. 시를 통해 세상을 자꾸 각성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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