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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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때에 따라 화(禍)를 불러온다 말을 하는 사람(발화자)의 의도가 잘못 전달되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그런가하면 말의 표면적 의미(외연)와 속뜻(내포)을 잘못 이해하여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말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흔히 각종 수사법을 쓰기도 한다
문학작품이 아닌 일상어나 기사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쟤는 참 밉상이다“고 했을 때 화를 내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 말의 뜻 즉
‘밉상’의 속뜻(내포적 의미)이 예뻐서 하는 말인 줄 알기 때문이다.
힘이 센 아이를 보고 “그 놈 참 장군 일세 이만기 아들이네 그려” 한다면
‘장군’ ‘이만기의 아들’은 모두 비유다 장군처럼 힘이 세다 이만기처럼 힘이 세다는 뜻이다
그런데 버럭 화를 내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한다면 참 황당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 (top spokesman)은 ‘김정은의 의도에 부합하는
생각을 가진‘ 즉 중재자로서 중립적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편향된 견해를 가진 사람’의 의미다,
나경원 대표의 국회 연설중 문제의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 표현은 외신보도를 인용한 것으로
발화자에게 직접 책임을 따지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적절치 못한 것이다
언론보도의 인용으로 발화자의 직접 의사표현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은
비유(比喩)일 뿐, 표현자체는 문제가 없다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은 야당대표로서 못할 말이 아니다 국민의 대변자로서
상당수 “그런 우려를 갖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충고의 뜻이 담긴 의미심장한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도 달(속뜻)은 보지 못하고 손가락(외연)만 가지고 시비하는 것은 속 좁은 한국정치의
한계, 말만 번듯한 의회민주주의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문맥을 떠나 의중 속에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별개의 문제다 밖으로 표현되지 않은 속마음까지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설령 그런 정치적
계산이 깔린 작심 발언을 했다 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그런데 듣는 쪽에서도
똑 같은 계산을 하다 보니 문제가 커진 것이다 오히려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면 어떨까?
국회에서의 거친 항의 몸싸움도 모자라 윤리위원회에 서로 맞제소하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다
너무 많이 나가버린 것이다 게다가 외신기자에게 협박성(?) 당대표 논평을 내어 때늦은 분풀이(?)를
하는 것도 여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국가 원수 모독’이니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행위가 자칫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망령을 떠올리기도 한다 외신기자클럽에서 신변안전 위협을 문제 삼아
성명철회를 요구, 국제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정치인의 말 한마디는 때로 재난수준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물론 이번 경우는 말 자체보다
서로간의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것이지만 결과는 참담한 것이다
공인으로 어울리지 않는 말, 품격 없는 말, 상대를 공격하는 말은 결국 자신까지도 상하게 하는
비수가 되어 되돌아온다 뿐만 아니라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국민의 자존감을 훼손하는 ‘말의
테러‘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국회는 민의의 장이라 말한다 다른 생각을 가진 쪽을 설득하고 타협을 통해서 최적의 결과를 창조하는
정책의 산실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여야관계를 서로 대결의 적대관계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다
국회를 마치 중세의 콜로세움으로 착각한다면 문제는 심각한 것이다 어느 한쪽의 완벽한 패배에
이를 때까지 싸우는 검투사는 둘 다 비극의 주인공이다 정치는 영원하지만 정치인은 서로 교차되는
순환의 관계를 통해 공존하고 발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