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2편 : https://brunch.co.kr/@sosim-in/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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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뒤, 우성은 군복학 후 학생회가 제공해 준 귀성버스에서 ‘아홉’을 우연히 만났다. 추석 전 대전행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귀성버스를 타고 내려왔는데 ‘아홉’도 그 버스에 타고 있었던 것이다.
“어? 도우성. 오랜만이다.”
“오랜만이네. 너 아직 학교 다녀?”
“이번이 막 학기.”
“여자 동기들 거의 다 졸업해서 너도 한 줄 알았지.”
“여자치고는 졸업이 늦긴 하지. 일이 많았잖아 난.”
둘 사이에 작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버스에서 짐을 내리던 차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술 한잔 하자는 얘기가 나와 둘은 대전역 근처 곱창집에 들어갔다.
“너 뭐 좋아해? 곱창? 대창?”
“같은 거 아냐? 그냥 아무거나 시켜. 너 좋아하는 걸로.”
‘아홉’은 소모둠곱창과 소주 2병을 주문했다. 4년의 공백을 채우기엔 소주 2병으로 부족했고 테이블에 점점 빈 소주병이 쌓여갔다. 우성은 왠지 1학년 때의 일을 사과해야만 할 것 같았다. 자신이 잘못한 건 없었지만 도의적으로 어느 정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과를 들은 ‘아홉’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우성에게 물었다.
“왜? 너도 뭐 했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내가 널 좀 더 지켜줬어야 하지 않았나 싶어서.”
“됐어, 지난 일인데.”
“근데 그때 왜 그런 소문이 돌았을까.”
“강현 선배가 나 좋아했잖아. 근데 그때 강현 선배 좋아하는 동기들이 몇 명 있었거든. 걔네가 질투심에 나 뒷담하고 다녔더라고.”
“강현 선배가 너 좋아했었다고?”
“응. 고백도 받았으니까. 거절했는데도 계속 부르더라고.”
“부른다고 계속 나가면 어떡해. 나가지 말지.”
“선배가 부르는데 어떻게 안 나가.”
“뭐 핑계라도 대는 거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든가 사귀는 사람이 있다든가.”
“그러면 네가 곤란해지잖아.”
“내가 왜 곤란해져.”
“내가 너 좋아했잖아. 몰랐어?”
‘아홉’이 날 좋아했다니. 금시초문이다.
“네가 날 좋아했다고?”
“몰랐구나. 학기 초에 너한테 엄청 연락하고 그랬잖아.”
“난 그냥 네가 연락할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했지.”
“그랬구나. 난 알면서도 나 빼고 노는 줄 알고 엄청 상처받았었거든.”
“말이라도 하지.”
“그랬다가 차이면, 안 그래도 과에 연락하는 사람 너밖에 없었는데 너마저 잃을 순 없지.”
우성은 이 상황이 못내 아쉬웠다. ‘아홉’정도면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괜찮고 다 좋은데.
“근데 내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던 거야?”
“우리 신입생 OT 갔을 때 말이야, 너 돌아가겠다고 했었잖아. 솔직히 처음엔 또라이나 사회부적응자 같았거든? 어느 미친놈이 OT까지 와서 그런 소릴 하냐고. 근데 생각할수록 그 용기가 부러운 거야. 나는 학창 시절 내내 친구들 눈치만 보고 살았으니까. 누구는 어떻게든 무리 속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하는데 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행동했고 그걸 계기로 너한테 관심이 생겼어. 보다 보니까 진중한 면도 있고 배려심도 깊은 것 같아서 좋아하게 된 거지. 왜 반대가 끌리다고들 하잖아. 그런 느낌 아니었을까?”
하긴. 우성은 자신도 ‘아홉’에게 끌렸던 이유가 그녀의 예쁜 얼굴 때문도 있겠지만 자신과는 다른, 활발하고 밝은 그녀의 성격 때문 일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뒤로도 둘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우성은 대화에 집중할 수 없었다. ‘아홉’이 날 좋아했었다니. 그럼 사귈 수도 있었던 거잖아. ‘아홉’과 손을 잡고 캠퍼스를 누리는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둘의 대화는 곱창집이 문을 닫는 새벽 3시까지 계속되었다. 가게를 나온 그들은 택시를 탈까 하다가 조금만 있으면 버스가 다니니 그때까지 기다리자고 합의를 봤다. 술도 깰 겸 대전역 여기저기를 걸어 다니던 우성과 ‘아홉’은 우연히 모텔이 늘어선 골목에 들어섰다.
‘날 좋아했다잖아. 그리고 그때 그 소문, 진짜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우성은 자신도 깜짝 놀라 택시 창문을 닫았다. 소문만으로 ‘아홉’에게 경멸의 눈빛을 보내던 동기들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 혐오감이 들었다. 모텔에 어떤 경위로 들어가게 됐는지, 가서 뭘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홉’을 모텔로 이끈 것은 자신임이 분명해 보였다.
택시에서 내린 우성은 명함에 나와있는 약도를 따라 ‘아홉’의 가게로 향했다. 가게 통유리 너머로 검은색 직원복을 입은 ‘아홉’이 보였다. 우성은 가게 맞은 편 편의점에 들러 주스세트를 하나 샀다. 긴장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10년 만에 만난 ‘아홉’은 예전 그대로였다. 환한 미소, 밝은 기운. 달라진 거라곤 자세히 봐야 알 수 있을만한 눈가의 주름정도일까. ‘아홉’은 뭐 이런 걸 사 왔냐며 주스세트를 받아 들고는 냉장고에 시원한 음료 많으니까 아무거나 마시라고 말했다. 우성은 시원해 보이는 생수 하나를 꺼냈다.
“나 잠시만. 업무 마무리해야 할 게 있어서.”
‘아홉’이 사무용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랜만이네 도우성. 여긴 어떻게 알고 왔데?”
“오늘 ‘셋’네 가게에 볼 일이 있어서 잠시 들렀거든. 근데 얘기하다 보니까 너랑 아는 사이라고 하더라고.”
“‘셋’?”
‘아홉’은 옛날 생각이 잠시 났는지 쿡쿡 웃었다.
“‘셋’네 가게 안 간 지도 오래됐네. 한번 들러야 하는데. ‘셋’은 잘 있지?”
“응. 아직 가게 하고 있어.”
우성은 생수를 한 모금 마시고 휴대폰 매대 앞으로 갔다.
“휴대폰 바꿀까 하는데.”
“야. 일부러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 들러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아니 진짜 휴대폰이 오래돼서 그래. 봐봐 여기. 액정 다 나간 거. 배터리도 빨리 닳고.”
‘아홉’은 그제야 우성의 휴대폰을 살펴봤다. 번개모양처럼 난 금이 중앙을 크게 가로지르고 있었고 케이스 없는 휴대폰의 모서리는 이미 가루가 되어 있었다. ‘아홉’은 무려 5년 전 모델을 아직 쓰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동일 제조사의 최신기종으로 휴대폰을 바꾼 우성은 어색한지 새 휴대폰의 기능들을 조심히 눌러보고 있었고 ‘아홉’은 개통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요금제라도 비싼 거 쓰면 좀 싸게 해 줄 수 있었을 텐데. 요즘 시대에 데이터 700M짜리 요금제 쓰는 사람이 어딨냐? 일상생활 가능해?”
“뜨는 시간에 책 읽느라 휴대폰 잘 안 만지거든.”
"신용카드는 뭐 써?"
"나 체크카드만 써."
"그래? 그럼 이번 기회에 하나 만들어. 온라인 발급 전용으로 나온 게 있는데 연회비도 싸고 휴대폰 요금 할인도 되고."
"알아서 해 줘."
"여기 사인 한 번만."
우성이 패드에 사인을 하자 '아홉'은 “그래도 손님인데 그냥 보낼 수는 없고,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시간 괜찮지?” 라고 말했다. 우성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아홉’은 의자를 뒤로 쭉 빼며 경쾌하게 일어나 가게 문 닫을 준비를 했다. ‘아홉’의 부탁으로 가게 앞에 깔린 X배너와 입간판을 안으로 들여놓던 우성은 생각보다 무거운 무게에 조금 당황했다. 가게 불을 끄고 나오려던 ‘아홉’은 잠시 멈칫하더니 입구 옆 매대에 걸려있는 휴대폰 케이스를 몇 개 챙겨 나와 우성이 들고 있는 종이가방에 무심히 던져 넣었다.
“일식 어때. 근처에 초밥 잘하는 데 있거든. 웨이팅이 좀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곱창이나 먹으러 가자.”
“곱창이랑 대창 구분도 못하는 애가 웬 곱창?”
“네가 곱창 좋아하잖아. 오랜만에 너 보니까 나도 곱창이 먹고 싶네.”
“그래 그럼.”
“근데 곱창이랑 대창이랑 뭐가 다른 거야? 막창은 또 뭐고.”
“사실 나도 잘 몰라.”
우성은 ‘아홉’과의 자리가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밝았지만 알 수 없는 위화감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셋’이 태생적으로 밝은 사람이라면 ‘아홉’의 밝음은 작위적이라고 할까. 옛날 일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아홉’이 조금 안쓰러웠다. 우성은 ‘아홉’이 10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어떤 남자친구를 만났으며 어떻게 휴대폰대리점을 하게 됐는지, 궁금은 했지만 알고 싶지는 않았다. 왠지 몰라도 좋은 일이라곤 하등 하나도 없을 것만 같았다. 사실 그건 우성도 피차일반이었다. 말이 좋아 데이트레이더지 우성은 3년 전 정리해고 당한 뒤 사회에 아직 복귀하지 못한 백수나 다름없었다. 그래서인지 둘의 대화는 항상 두리뭉실하게 끝났다. 그냥. 적당히. 어느 정도. 같은 조금도 정확히 계량할 수 없는 단어들이 서로의 질문에 대답을 대신했다.
결국 우성과 ‘아홉’은 비교적 대답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신입생 시절의 이야기부터 동기들의 근황까지. 그렇게 가지를 타고 흘러간 이야기는 어느새 귀성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날에 도착해 있었다. 우성은 지금이 아니면 평생 못 물어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냈다.
“근데 그때 일 말이야, 너 기억해?”
“어떤 거? 모텔 간 거?”
“으응. 나 그때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서.”
‘아홉’은 우성을 말없이 보다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어디까지 기억하고 어디부터 기억이 없어?”
“모텔에 들어간 거 까지는 기억이 나는 것 같아. 기억을 더듬어보면 한 장면씩 기억나는 게 있거든. 방 구조라든가. 근데 그 뒤로는 아예 기억이 없어. 집에 어떻게 간지도 모르겠고.”
‘아홉’이 술잔을 비우고 다시 채우며 말했다.
“그래서 뭐가 알고 싶은 건데?”
우성이 조심스레 ‘아홉’의 표정을 살폈다. 다행히 화난 표정은 아니었다.
“넌 그날 일 다 기억해? 전부?”
“당연하지. 첫경험한 날인데 어떻게 잊어.”
“뭐? 뭐가 첫경험이라는 거야?”
“뭐긴 뭐야. 섹스지.”
우성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첫경험이라고? 그럴 리가.
“아니 너 1학년 때 남자친구도 있고 그랬잖아. 내가 본 것만 세 명인가 그랬는데.”
“사귄다고 다 잠자리하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 아무도 나랑 안 놀아주는데 어떡해. 남자친구라도 있어야지.”
“걔네랑 안 잤다고? 그 뒤로도? 왜?”
“그러고 싶지 않았으니까? 같이 잘 만큼 좋아한 사람도 없었고.”
“그럼 나랑은 왜 잔거야?”
“잘만 했으니까 잤겠지. 뭘 꼬치꼬치 캐물어.”
우성은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자신에게 화가 나 견딜 수가 없었다. 한 여자의 첫경험을 망쳐버렸다는 죄책감과 어쩌면 자신이 그렇게나 찾던 평생의 인연을 허무하게 놓쳐버린 것 같아 후회가 밀려왔다. 술. 술이 필요했다. 우성은 과음하기 시작했고 템포를 맞춰주던 ‘아홉’ 역시 주량을 넘어 마시게 됐다. 거나하게 취한 우성과 ‘아홉’은 곱창집을 나와 모텔로 들어갔고 섹스를 했다.
다음 날 아침, 둘은 해장을 위해 모텔에서 멀지 않은 순댓국집에 들렀다. 우성은 순댓국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금이 간 휴대폰 액정을 바라봤다.
“액정 깨졌어?”
“깨진 건 아니고 금만 살짝. 어제 침대 위에 뒀는데 떨어졌나 봐.”
“교환해 줄게. 초기불량이라고 하면 접수처리 할 수 있거든.”
“아냐 괜찮아.”
우성은 왠지 이 금이 격렬했던 어젯밤을 말해주는 증거처럼 느껴져 바꾸고 싶지 않았다. 어제의 섹스는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여태껏 그렇게 황홀했던 적이 있었던가. 우성은 ‘아홉’의 가슴 위로 떨어지던 자신의 땀방울 방울이 기억날 만큼 어제의 여운에 아직까지도 취해있었다. 섹스란 이런 것이구나. 섹스란 역시 굉장한 것이었다. 섹스 최고! 섹스 만세!
순댓국이 나오고 우성은 경쾌하게 숟가락을 움직였다. 그러나 ‘아홉’의 숟가락질은 영 신통치 않았다.
“왜? 맛이 별로야?”
“맛은 있는데 배가 조금 아파서.”
“화장실 다녀와.”
“그러니까 그게...”
‘아홉’은 뭔가 말하려다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더니 체념하듯 말했다.
“먹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신경 쓰지 마.”
우성은 ‘아홉’을 위해 좀 덜 자극적인 콩나물국도 하나 주문해 주었지만 그것 역시 ‘아홉’은 손을 거의 대지 않았다.
순댓국집을 나온 뒤 우성은 ‘아홉’의 가게까지 따라가 x배너와 입간판을 설치해 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좌석에 앉은 우성은 ‘아홉’의 프로필 사진을 보기 위해 메신저 앱을 켰다. 그러자 ‘업데이트 프로필’에 지호의 프로필 사진이 보였다. 초록색 크로마키에 멀끔한 흰색 셔츠 차림의 사진. 프로필 사진을 누르자 ‘싱글대디 생존기, 구독과 좋아요!’라는 문구와 유튜브 이모티콘이 따라 나왔다. 호기심에 검색을 해보니 지호는 몇 달 전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중이었다. 컨텐츠 제목을 훑어보니 1년 전 이혼하고 아이와 둘이 살고 있는 듯 했다. 2년 전 결혼소식 까지는 들었는데 벌써 이혼이라니. 사정이 딱하긴 했지만 구독버튼을 누르지는 않았다.
‘아홉’의 프로필 사진에서 딱히 건질만한 정보는 없었다. 어딘지도 모를 풍경 사진 몇 장과 해외 아티스트 사진이 전부였다. 뭔가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데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어. 다음에 또 보자!’ 정도가 무난하려나.
그때 개장 시간에 맞춰둔 알람이 요란하게 울렸다. 우성은 메신저 앱을 끄고 급히 주식 앱을 눌렀다. 그러자 다른 기기에서 로그인할 시 개인정보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찍으라는 문구가 떴다. 아뿔싸, 휴대폰 바꾼 걸 깜빡했다. 우성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신분증을 찍기 시작했다. 찰칵찰칵 소리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우성은 몰카범으로 오해받고 싶지도 않고 버스 안에서 매매를 하자니 너무 궁상맞은 것 같아 주식 앱을 껐다.
띠리링-
형으로부터의 전화다. 우성은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전화를 받았다.
“어제 연락이 안 되더라.”
“뭣 좀 하느라 하루 종일 밖에 있었어.”
“너 대승건설 어떻게 했어?”
“그거? 장초에 던졌지.”
“던질거면 나한테 말이라도 해줘야지. 이거 지금이라도 손절해?”
“그 정도는 형이 알아서 판단해야지. 손절하고 증권주 좀 담아두던가. 금리 쪽이 시끌시끌하니까. 멀쩡하게 직장도 있는 사람이 왜 이렇게 주식에 목을 매.”
“네 조카 영어유치원 회비가 얼만지 알아? 월급 가지고는 택도 없어. 일단 아침회의 들어가야 하니까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형과의 통화가 끝나자 어제 온라인 발급 신청한 카드사로부터 문자가 한 통 왔다. 연회비 15,000원 납부 완료. 읽음 처리하고 휴대폰 홈 버튼을 누르자 검은색 액정에 자신의 못생긴 얼굴이 비쳤다. 코와 인중을 지나가는 부분에 두 갈래로 난 금도 보였다. 우성은 금을 왼손 엄지로 만지작 거렸다. 위아래로 쓸어내리자 금간 부분에서 미세한 마찰이 생겼는데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우성은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은 뒤 어제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돌이켜보며 왼손 엄지를 계속해서 위아래로 움직였다. 동시에 ‘아홉’에게 뭐라고 메시지를 보내야 좋을지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