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일기 #3 _2021년 5월 21일
쿠팡은 참 좋은 신문물이다. 어젯밤 임신테스트기, 줄여서 임테기를 주문했는데 오늘 새벽 임테기가 집 문 앞에 딱- 놓여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단호박' 한 줄. 한 줄이었다.
또, 실패인 건가.
내일, 병원에서 피검사하기로 했는데... 내일 오전 첫 소변으로 임신테스트기를 한번 더 해보고 '단호박'으로 한 줄이 나오면 피검사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냥 생리를 기다려야지.
지난 토요일, 그러니깐 2021년 5월 15일에 2개의 5일 배양 배아를 이식했었다. 총 39개의 난자를 채취했고, 그중 30개가 수정되었다. 그 수정란들이 다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5일 배양된 배아를 이식했었다. 당연히 기대감도 높았다.
왠지 화장실도 자주 가고 싶고, 왠지 가슴도 욱신욱신 아파오고, 왠지 배도 찌릿찌릿 아파오고. 임신 초기 증상 들을 읽으며- 임신이길 기원했었는데, 단호박 한 줄이라니...
안타까운 건 나의 '상상임신'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매번 배아를 이식할 때마다 '상상임신'에서 허우적거렸다. '왠지 화장실도 자주 가고 싶고, 왠지 가슴도 욱신욱신 아파오고, 왠지 배도 찌릿찌릿 아파오고' 혹시- 임신인가? 기대감을 갖고 임테기를 해보면 항상 단호박 '한 줄', 한 줄 이어도 꼭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했다. 혹시- 임테기 반응이 늦을 수도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임테기에 단호박 한 줄이 나오면- 현실을 부정(?) 하며, 우선 인터넷 검색을 해본다. 인터넷 검색어 [시험관 시술 5일 배양 임테기], 이식 후 4일부터 임테기에 2줄이 보였다는 예비맘, 14일 후에나 임테기에 2줄이 보였다는 예비맘.. 다양한 사례들을 읽으며- 위안을 삼아 본다. '내가 첫 소변으로 검사를 하지 않아서 일거야', '아직 7일째여서 반응이 안 보이나?', '얼리 임테기가 아니어서 그런가? 얼리 임테기를 사야 하나?', '오- 14일째 반응, 좀 더 기다려볼까?'.
이제, 곧, 아마도, 4번째 시험관 시술의 실패. 실패는 두렵지 않은데- 실패는 힘들고 아프다. 고작 2주 전 실패는 두렵지 않다고 글을 쓴 내 멘탈이 바사삭 바사삭 금이 간다. 오늘 하루만 우울해해야지. 더 건강한 아이를 만나기 위해 내 몸이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정말 호옥시!!!!! 실패가 아닐 수도 있잖아!!!!ㅎ
아직 나에겐 10개의 냉동배아가 있다. 몸을 더 건강히 해서-
나도, 꼭. 임신해야지. 나도 임신하고 싶다.
이 글을 올리는 2021년 5월 22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첫 소변으로 임테기를 해보았다.
단호박 한 줄. 멘탈이 탈탈 털려버린다. 어젯밤 쌓아 둔 설거지를 하며,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렸다.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 주문을 외워본다. 그래, 아직 나에겐 10개의 냉동배아가 있다.
냉동배아의 상태가 매우 건강하길~~~ 잘 해동되길 기도해본다.
2021년 5월 23일.
이 글의 제목이 너무 감정적인 것 같아서 변경 하였다.
원래 제목은 '나도 임신하고 싶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