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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빌리 Nov 04. 2021

어리석음을 깨닫게 해 주심에

2021.11.04

# 바라던 직업을 얻고, 그리워하던 첫사랑을 만나 결혼에 이르고 한 때 인생이 살만하고 쉽게 느껴졌습니다.  주변에서 보기에 그럴듯한 부부. 40이 되기 전에 이미 다 이뤘구나 하며 부러워하는 친구들의 시선. 겸손을 모르고 주변의 시선과 반응을 즐기며 삶이 마치 내 맘대로 될 것만 같은 오만으로 치닫았었습니다.


하지만 불행은 예기치 않게 찾아왔고, 점점 파장이 커지며 안전해 보이던 삶의 얇고 빈약한 기반을 드러내게 하고는 이내 부서 뜨러 바닥으로 떨어뜨렸습니다. 가장 높은 곳으로 올리셨다가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뜨리심으로 삶의 불가해성과 그 앞에 나는 나약하고 어리석은 한 인간일 뿐이란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오만과 자만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보고 나서야 겸손을 배웁니다.


나에게, 우리 가정에 찾아온 시련과 불행의 소용돌이 속에 원망도 했었고, 기도도 했었지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왜 나인가... 하필

여전히 어리석고 남 탓만 하니 일쑤이지만 어렴풋이 나마 만약 시련 없이 내가 계속 살아갔다면 어떤 인간이 됐을까? 그 모습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우리 딸에게 어떤 상처를 줬을까 자문해보며...

시련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심에 감사하며 사랑을 느낍니다.


배우자가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현명하고 무던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사랑해줄 거란 믿음을 가졌었습니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기로 했지만 남편이 아닌 아들처럼 굴었고, 배우자가 약해져 아들이 아닌 아빠가 필요했을 때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인간은 각자의 몫의 어리석음을 안고 사는 것을 느끼는 지금, 그동안 배우자가 지고 있었을 짐을 생각하니 미안해지기만 합니다.

그녀도 저도 어리석은 인간들일뿐인데, 과한 기대를 하고 실망을 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미워했습니다.


어리석음을 안고 사는 인간의 삶에 연민을 느끼지만, 각자가 안고 사는 어리석음을 연민을 넘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이끌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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