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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Mar 19. 2020

경험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 위한 노오력

회고의 기본을 배우다

회사에서 텍스트 위주의 콘텐츠를 만들다가 조금씩 영상 일이 하나 둘 늘어나게 됐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턴가 영상 기획부터 콘티 작성, 스튜디오 결정, 배우섭외, 현장 디렉팅까지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영상 콘텐츠에 필요한 촬영 감독, 조명 감독, 메이크업 아티스트, 외부 편집자까지, 다양한 인력을 구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까지 해내야 했다.


하나의 영상을 만들기까지, 내가 가장 어려워했던 건 현장 당일에 무슨 일(내가 예상하지 못했던)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적잖았지만, 촬영 결과물인 컷편을 받는 일이었다. 


햇살 좋은 어느 날의 촬영현장 ⓒsohyun yoon


촬영을 마치고, 현장에서 추가컷이나 이슈가 없다면, 기존에 공유한 콘티를 바탕으로 보통 평일 기준 3~4일 이후에 감독님으로부터 컷편을 받게 된다. 감독님이 보내온 컷편 메일을 오픈하고, 영상을 다운받고 그 영상을 리뷰하기가 처음엔 무척 괴로웠다. 컷편 영상을 재생하는 것부터가 내게는 난관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상을 보고나서 조금 어색하거나 수정했으면 하는 부분이 생기면, 그 부분에 대한 솔루션이 딱 떠올르지 않아서 막막한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컷편을 보다보면, 정말 아쉬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아, 이 장면을 좀 더 오른쪽에서 찍었어야 했는데...', '이 장면 촬영할 때, 이걸 주의했어야 했는데...' 하는 자잘자잘한 아쉬움들. 하나둘씩 열거해서 적다보면 팔만대장경이 나올지도 모른다. 물론 최소한의 경험치가 쌓여야 내가 다다를 수 있는 부분이 틀림없이 존재하지만, 이미 완성도 높은 영상들을 무의식적으로 학습해온 나로서는, 기준치가 너무 높아서 아쉬운 마음이 더 큰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런 속상한 마음을 동종업계 친구에게 털어놓으니, 잠시 가만히 고민하던 친구가 '오답노트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한다. '오답노트는 고3이후에 만든 적도 없고 듣도보도 못했는데, 무슨 소리인고'하니, 촬영을 마치고 나면 사실 그 날 했던 아쉬움이나 만족스러웠던 점들을 잘 정리해두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만다는 거다. 아쉬웠던 점만 적지말고 그 날 잘했던 점들도 꼭 함께 적으라고 조언해주었다.


사실, 무언가 잘 해내지 못했다는 감각을 오래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후다닥 흘려보내는 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도망쳐버리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이 마주하지 않으면 고칠 수가 없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정면 승부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측면 승부할 수 있다면, 최대한 정면은 피하고 싶지만) 


서브촬영 갔던 어느날 ⓒsohyun yoon


그래서 요즘은 일과 삶에서 얻은 경험을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제대로 회고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많다. 혼자서 방법을 찾아서 내게 맞는 것들을 여러가지 실험해볼 수 있겠지만, '함께 머리를 맞대고 조금은 빠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여성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됐다. 밀레니얼 여성들의 커뮤니티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진 '빌라선샤인'이 바로 그곳인데, 이곳에서 소개하는 '뉴먼스 워크북 회고의 기본 : ORID'를 짧게 소개하고자 한다. 


-Objective 객관적 사실

-Reflective 내적 반응

-Interpretive 핵심의미파악

-Decisional 나만의 결론 




되돌아보고, 격려하고, 정리하며 일주일에 한번씩 반드시 회고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원칙이다. 촬영 등 업무를 하면서 드는 생각들을 적어놓고는 생각날 때마다 다시 디벨롭하거나 솔루션을 적어보기도 하는데 훨씬 고민을 나누는데 도움이 된다. 고민이 좀 더 명쾌해진달까. 예전에는 아쉬운 마음이 막연하게 길었다면, 지금은 아쉬운 마음의 원천을 찾아서, 되짚어볼 수 있고, 이를 살펴서 개선하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는 마음에까지 닿게 되었다. 


물론, 아직은 연습중인 단계이긴 하다. 베타테스트 단계랄까. 하지만, 이전에는 좀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걱정하는 마음이 80이었다면, 지금은 어떻게 촘촘히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에 걱정하는 마음이 60정도로 줄었다. 여전히 과반수 넘는 퍼센트지만, 차츰차츰 줄여나가면 된다며 스스로 걱정을 덜어낸다.


혼자 힘으로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막막할 땐 도움을 받는 것 또한 방법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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