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한 Apr 02. 2020

인생 첫PT를 하게된 운동기피러의 PT일기 - 프롤로그

30년 넘게 살면서 개인 피티라는 걸 처음 받아봤다. 최근에 한 운동은 작년 줌바댄스를 대여섯번 하고나서 못 가게된 것. 줌바 선생님도 무척 잘 가르쳐주고, 칭찬도 해주시고 동작 하나하나 잘 잡아주셔서 난이도 쉬운 초반에는 음악도 마음에 들어서 즐겁게 갔다.


그러다가 난이도가 점점 올라가고 거기에 쫓아가지 못하게 됐고, 저녁 약속들이 생기면서 빠지고(...) 결국 운동은 한 달이 채 가지 못했다.  



ⓒsohyun yoon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


생각해보면 어릴 적부터 체육 시간을 극도로 싫어했다. 또래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극명하게 체력이나 신체 감각이 좋지 못했다. 공부는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하면 성적이 오른다거나 점수가 잘 나온다거나 결과가 보였는데, 운동은 마치 내게 '맞지 않는 옷'같다는 생각을 하곤했다. 한창 그 생각에 빠져있었던 고등학생 시절은 예민한 시기라 '내가 잘 못하는 것'을 좀 더 들여다보고 채워나갈 여유같은 건 없었고, 최대한 피하려고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생각보다 길었다.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어서도 내게 있어 운동은 연례행사같이 느껴졌다.




운동을 지속하지 못하는 건, 끈기가 없어서겠지?


늘 꾸준히 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서, 좋아하는 운동을 찾는다는게 참 쉽지 않구나 싶었다. 요가나 GX 다른 운동을 해봐야하나 알아보다가도 내가 거기에 돈과 시간이라는 리소스를 쓰기를 더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다다르게 됐다. 회사 일 마치고 집에 갈 길도 먼데, 그 사이에 운동을 하러간다니.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았다.


ⓒsohyun yoon



체력의 수직하강


그러다가 체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는 때가 오고야 만다.(이런 건 그 전에 막았어야했는데) 나름 참는 건 자신있어 하는 편이라서 힘들어도 꾸역꾸역 하려고 하고, 해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그러다가 작년 연말에 업무가 몰리면서 번아웃이 왔다. 번아웃은 아주 조용히, 하지만 아주 확실하게 왔다. 그렇게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은 무기력의 시간들로, 힘들어졌다. '아, 힘들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쉬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sohyun yoon



마냥 쉬면 되지 않을까?


연차를 내면서 일부러 쉬었는데, 쉬는게 쉬는 것 같지 않았다. 뭐랄까 뭔가 다른게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다르게 된 건, 결정적으로 회사 동료들과의 대화 덕분이었다. 4개월 정도 필라테스를 한 동료는, 이전과 달리 근육이 붙고 체력이 있다는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물론 처음에는 공감할 수 없는 지점이라 '유니콘같은 이야기 아닐까'싶었는데, 동료가 실제로 병원에도 덜 가는 등, 좋아진 모습이 보여서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운동할 곳을 물색하게 됐다. 그리고 운동 어린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PT를 받기로 했다.



내게 맞는 트레이너를 찾아서


피티를 알아본다는 내게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첫 마디가 있었으니 '선생님과 케미가 잘 맞아야 한다'는 것. 필라테스나 요가, 댄스를 배울 때 여자 선생님들을 만나뵙기 쉽지만, 트레이너 분야는 좀 다른 것 같다. 남성 트레이너가 대부분이어서 열심히 찾던 중 여성 트레이너, 정확히 말하면 여성 운동 코치님을 찾았다. 그리고 바로 상담을 예약했다. 피티 의욕이 앞서는 건 중요하지만, 그만큼 서로 운동에 임하는 데 있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나누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운동하러 가는길에 만난  벚꽃엔딩 ⓒsohyun yoon



상담에서 이야기하는 것들, 그리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보통 상담을 하러가면 대부분 '다이어트로 오셨는지'를 대번 물어보신다. 물론, 다이어트가 목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상담을 하면서 그 외의 이유-체력증진, 근육, 운동 치료-가 있다는 것도 존중해주신다는 인상을 받았다. 무조건 리드해나간다는 느낌보다는 함께 호흡을 맞춰간다는 느낌이 들었던 상담시간이었다.


상담을 받을 때는 상대방이 내게 무엇을 묻는지도 세심히 살펴야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무엇을 질문하지 않는가'에 대해서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하게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믿을 수 있는 지인의 추천.




겨우 2일차 피티를 마무리한 직장인에 불과하지만, 동작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설명해주시고 자세를 잡을 때 어디에 힘을 줘야하는지 확인받을 수 있고,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다는 데서 안심하게 되고 더욱 더 운동에 집중할 수 있게됐다. 운동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은 왠지 내가 조금 더 강해진 느낌이 든다.


한번도 가져보지 않았던 기분이라 생경하지만 기분좋은 건 틀림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재택근무, 삼시세끼의 고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