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힘들어하는 타입이다.
그러다보니 해외 여행을 가서도 아침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편도 아니다. 오히려 더 늑장을 부린다. 평소 일하느라 마음껏 늘어지지 못했으니 여행다닐 때 알람도 해두지않고 더욱 더 격렬히 늘어져있는다.
그런데 이번 제주여행은 좀 달랐다. 제주의 아침 해가 보고싶어서 새벽 다섯시 반부터 몸을 뒤척였다. 알람도 해두었는데 그 시간보다 20여 분 정도 일찍 일어나게된 것. 역시나 새벽은 춥겠다싶어서 옷을 걸치고 서둘러 해변가로 나갔다.
호텔 뒷 편에 해변가로 이어지는 길에는 이미 몇몇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고, 간혹 서핑을 즐기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 걷다보니 주변은 차차 밝아지는데 구름만 가득, 정작 내가 기대했던 홍시처럼 뻘건 해는 볼 수 없었다. 주변만 점차 밝아지더니 결국 그렇게 아침이 왔다.
일기예보를 보니, 간간이 비 소식이 있었다.
바다 위로 일렁이는 해의 모습을 보지못한채 아쉬운 마음에 휘적휘적 걷다가 바다에 발을 담갔다가 다시 모래 위를 한참 걸었다. '이런게 여행이겠거니ㅡ '했지만 서운한 마음이 쏙 들어가거나, 어디론가 훌쩍 사라지진 않더라.
서운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더라
그리고 그 날은 제주에서 마지막 날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기로 예정된 날이었다. '어차피 멀지도 않은 곳인데 또 오면되지 뭐, 이제 여행도 끝이네'하면서 나름 좋게좋게 엔딩 크레딧을 올리려는데, 구름 위로 펼쳐진 노을 지는 모습에 잠시 멍해졌다. 지금껏 보지못한 풍광이 펼쳐져 있어 서ㅡ
짙게 노을이 저물어가는 모습은, 내 기억 어느 한켠에 있는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그 위로 짙게 깔린 어둠 위에 반짝*하고 뜬 달.
하루동안 서운했던 마음에 위로를 건네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포근해졌다. 서운했던 마음이 사라진다거나 하지않겠지만, 새로운 제주하늘과 조우하게 된 것 같아 기뻤다. 또 다시 이 하늘 위를 표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