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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Sep 21. 2018

낮과밤이 공존하는 그림같은 모먼트

아침을 힘들어하는 타입이다.

그러다보니 해외 여행을 가서도 아침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편도 아니다. 오히려 더 늑장을 부린다. 평소 일하느라 마음껏 늘어지지 못했으니 여행다닐 때 알람도 해두지않고 더욱 더 격렬히 늘어져있는다.





그런데 이번 제주여행은 좀 달랐다. 제주의 아침 해가 보고싶어서 새벽 다섯시 반부터 몸을 뒤척였다. 알람도 해두었는데 그 시간보다 20여 분 정도 일찍 일어나게된 것.  역시나 새벽은 춥겠다싶어서 옷을 걸치고 서둘러 해변가로 나갔다.

호텔 뒷 편에 해변가로 이어지는 길에는 이미 몇몇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고, 간혹 서핑을 즐기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 걷다보니 주변은 차차 밝아지는데 구름만 가득,  정작 내가 기대했던 홍시처럼 뻘건 해는 볼 수 없었다. 주변만 점차 밝아지더니 결국 그렇게 아침이 왔다.





일기예보를 보니, 간간이 비 소식이 있었다.


바다 위로 일렁이는 해의 모습을 보지못한채 아쉬운 마음에 휘적휘적 걷다가 바다에 발을 담갔다가 다시 모래 위를 한참 걸었다. '이런게 여행이겠거니ㅡ '했지만 서운한 마음이 쏙 들어가거나, 어디론가 훌쩍 사라지진 않더라.



서운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더라






그리고 그 날은 제주에서 마지막 날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기로 예정된 날이었다. '어차피 멀지도 않은 곳인데 또 오면되지 뭐, 이제 여행도 끝이'하면서 나름 좋게좋게 엔딩 크레딧을 올리려는데, 구름 위로 펼쳐진 노을 지는 모습에 잠시 멍해졌다. 지금껏 보지못한 광이 펼쳐져 있어 서ㅡ





짙게 노을이 저물어가는 모습은, 기억 어느 한켠에 있는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그 위로 짙게 깔어둠 위에 반짝*하고 뜬 달.


하루동안 서운했던 마음에 위로를 건네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포근해졌다. 서운했던 마음이 사라진다거나 하지않겠지만, 새로운 제주하늘과 조우하게 된 것 같아 기뻤다. 또 다시 이 하늘 위를 표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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