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을 기록하는 사진
사진은 '순간'을 남기니까, 열심히 남겼었는데 되돌아보고 나니, 항상 결과만을 남겨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전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항상 과정 중이라는게 어렵다. 어렵고 힘들다보니 당연스레 과정을 잘 안남기게 된다. 지리멸렬할 때가 많았어서. 내 제한적 경험치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과정을 남기고싶은 곳들이 있다. 그래서 이 날은 좋아하는 가게 셰프님이 요리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모든 일이 체력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힘을 많이 써야, 온몸을 써야 하나의 요리가 완성된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시간을 계산하고, 끊임없이 실험하고, 이를 반복하고 -
재료를 하나하나 살피기 위해서, 직접 지방에 있는 목장까지 다녀오신다고 한다. 그리고 바질, 토마토도 직접 키우신다. 근처 30-40분 거리에 자그마한 텃밭을 관리하신다고 한다. 그 시간과 노력이라는 정성에, 괜시리 마음이 뜨거워지는 새벽.
어떤 재료를 준비하는게 가장 힘드신지, 짬짬이 인터뷰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곳의 메뉴 중에 '라비올리'라는 메뉴가 있는데, 이 메뉴는 토마토 씨와 껍질을 발라내서 재료를 준비한다. 일주일의 하루를 쉬시는데, 라비올리를 위한 토마토 손질을 하다보면, 하루 쉬는 날도 제대로 못 쉴 때가 많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 줄 알았다면, 좀 더 맛있게, 아껴서 먹였을 것 같다.
먹는 것은 언제나 나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그런데 요즘은 먹는 것 '이전부터'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요새는 음식 사진만 찍지 않고, 음식 사진'과' 함께 그 이전의 이야기까지 담아내는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기회를 만드려고 한다. 재료를 준비하는 모습을 담아도 될지, 꼭 여쭤본다.
그렇게 완성된 요리를, 자연광이 드는 창가에 가져다두면 끝.
이렇게 과정을 담아내는 사진을 오래도록 찍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