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_하루 한 장 드로잉
내 삶 속에서 꾸준히 신경 쓰는 것 중에 하나.
그것은 바로 꽃 한 송이라도 늘 집안 화병에 꽂아두는 것이다.
이러한 습관을 들인지는 4년 정도 되었는데 첫 시작은 아빠의 죽음과 그로 인해 오는 종교적 의미였다. 4년 전 아빠는 하늘나라로 가셨고, 그 후 엄마는 거실에 초를 켜고 매일 기도를 드리셨다. 지금도 짧게나마 아침마다 기도를 하신다. 기도를 습관화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성모상 옆 화병에 꽃을 늘 꽂아두는 행위도 자연스럽게 습관화가 되었다.
꽃이 시들어 갈 때쯤 퇴근길에 꽃집에 들러 꽃을 사거나 주말에 반려견과 산책길에 꽃을 사 온다. 지금은 제법 단골 꽃집도 몇 군데 생겼다. 원래 꽃도 좋아했고 누군가에게는 극혐인 꽃다발 선물을 받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꽃을 산다는 일에 큰 어색함은 없었다. 처음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소국, 프리지어를 많이 샀었는데 아빠를 그리워하는 엄마의 마음이 잠시라도 쉴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미 이 생을 떠난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는 건 꽃뿐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 사실이 참 마음이 아프고 서글펐다. 사람들이 떠난 누군가를 만나러 갈 때 시들어버릴게 뻔한 꽃을 비싼 값을 주고 거창하게 사서 가는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이제는 안다. 이젠 정말 해줄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기 때문에 그 커다랗고 어여쁜 꽃 한 다발에 그리운 마음과 사랑을 담아 가는 것이리라.
처음 꽃의 시작은 그리움이었다면 이제는 다른 의미들도 담게 되었다. 지친 한주의 끝에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의 의미. 이번 주도 참 애썼다, 이번 주도 잘 견뎠다하는 축하의 의미가 더해졌다. 꽃집의 문을 여는 순간 다채로운 색감과 향기들이 나를 덮치고 그 후 행복한 선택의 순간이 온다. 꽃집이라는 장소는 매캐한 내 기분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작은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었다. 또한 꽃을 산 뒤 집으로 돌아오는 그 순간의 기분도 참 좋다. 내가 나를 아껴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과 삶을 쫓기듯이 사는 것이 아닌 조금이나마 여유 있게 사는 기분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름답게 피어난 생명을 한 손에 쥔 채 집 안으로 가져오는 기분이란 늘 설레는 일이었다.
꽃을 사는 이유 중 아름답지 않은 이유는 없었다. 축하든 위로든 늘 그 속에는 마음씀이 있었다.
꽃을 살 때 나는 지치고 힘겨운 마음을 싱그럽게 되찾아줄 한 줌의 숨도 함께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