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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ul 31. 2021

꽃, 한 줌의 이유

에세이_하루 한 장 드로잉

꽃 한 다발  /  Crayon on paper  /  심희진_소소



내 삶 속에서 꾸준히 신경 쓰는 것 중에 하나.

그것은 바로 꽃 한 송이라도 늘 집안 화병에 꽂아두는 것이다.


이러한 습관을 들인지는 4년 정도 되었는데 첫 시작은 아빠의 죽음과 그로 인해 오는 종교적 의미였다. 4년 전 아빠는 하늘나라로 가셨고, 그 후 엄마는 거실에 초를 켜고 매일 기도를 드리셨다. 지금도 짧게나마 아침마다 기도를 하신다. 기도를 습관화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성모상 옆 화병에 꽃을 늘 꽂아두는 행위도 자연스럽게 습관화가 되었다.


 꽃이 시들어 갈 때쯤 퇴근길에 꽃집에 들러 꽃을 사거나 주말에 반려견과 산책길에 꽃을 사 온다. 지금은 제법 단골 꽃집도 몇 군데 생겼다. 원래 꽃도 좋아했고 누군가에게는 극혐인 꽃다발 선물을 받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꽃을 산다는 일에 큰 어색함은 없었다. 처음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소국, 프리지어를 많이 샀었는데 아빠를 그리워하는 엄마의 마음이 잠시라도 쉴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미  생을 떠난 사람에게 선물할  있는  꽃뿐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사실이  마음이 아프고 서글펐다. 사람들이 떠난 누군가를 만나러   시들어버릴게 뻔한 비싼 값을 주고 거창하게 사서 가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이제는 안다. 이젠 정말 해줄  있는 것이 그것뿐이기 때문에  커다랗고 어여쁜   다발에 그리운 마음과 사랑을 담아 가는 것이리라.


처음 꽃의 시작은 그리움이었다면 이제는 다른 의미들도 담게 되었다. 지친 한주의 끝에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의 의미. 이번 주도  애썼다, 이번 주도  견뎠다하는 축하의 의미가 더해졌다. 꽃집의 문을 여는 순간 다채로운 색감과 향기들이 나를 덮치고   행복한 선택의 순간이 온다. 꽃집이라는 장소는 매캐한  기분을  번도 빠지지 않고 작은 숨을   있게  주었다. 또한 꽃을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의 기분도  다. 내가 나를 아껴주고 있는  같은 느낌과 삶을 쫓기듯이 사는 것이 아닌 조금이나마 여유 있게 사는 기분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름답게 피어난 생명을  손에    안으로 가져오는 기분이란  설레는 일이었다.


꽃을 사는 이유  아름답지 않은 이유는 없었다. 축하든 위로든 늘 그 속에는 마음씀이 있었다.

꽃을   나는 지치고 힘겨운 마음을 싱그럽게 되찾아줄  줌의 숨도 함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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